주목되는 이완구 총리후보자 청문회
(서울=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중반기 국정운영에 중요한 변수가 될 이완구 총리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0일 시작된다. 지난해 총리후보자들이 청문회 문턱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잇달아 낙마한데 비춰 이 후보는 이미 상당히 선전한 셈이다. 다만 여당 원내대표를 지냈고 야당과의 원만한 관계로 '솜방망이' 청문회가 되리라는 일반의 예상이 막판 돌출한 쟁점인 언론사 보도개입 의혹으로 흔들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청문보고서 채택과 국회 인준표결 예정일은 오는 12일이다.
이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현 정국상황으로 볼 때 상당히 복잡한 연계효과를 초래할 전망이다. 여권은 유승민 원내대표의 입성으로 새누리당 지도부를 비주류가 장악한 상황이어서 당정청 관계의 전반적 역학관계 재조정기에 들어갔다. 이에따라 복지 및 증세, 경제정책 기조, 개헌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어떤 방향으로 정리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문재인 의원이 대표경선에서 승리하면서 친노가 다시 야당의 조타수 역할을 맡게 됐다. 그러나 경합했던 박지원 의원에 신승을 거둔데서 보듯 제1의 난제인 내부갈등 조정과정과 얽혀 전개될 대여관계 설정방향을 선뜻 가늠하기 어렵다. 과거 색깔없는 비정치인 출신 총리와 달리 '충청권의 적자'로 평가되고 있는 정치인 출신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 절차를 통과할 경우 그의 역할과 동선에 쏠리는 눈길이 이래저래 상당한 정치적 함의를 담게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 후보자가 박 대통령 및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과 보조를 같이하며 기존에 설된 국정로드맵을 밀고나갈 경우 청와대와 정부가 한편에 서면서 중반기 국정운영이 탄력을 받게되겠지만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부각시킬 경우 정부 인사와 정책 등의 측면에서 당쪽에 더 다가설 개연성이 적지않다. 그가 낙마할 경우 박근혜 정부 중반기 국정운영 구상은 기본부터 흐트러진다고 봐야할 것같다. 그를 중심으로 정국전략을 짰기 때문이 아니라 마땅한 총리감조차 찾지못하는 상황에서는 쇄신과 개혁이라는 어젠다의 시동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일대 혼란을 피할 수 없게된다. 당장 부분개각 및 청와대 개편도 청문회와 맞물려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총리후보자는 이번 청문회에서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과 의문점에 대해 국민 앞에 솔직히 실체적 진실을 털어놓고 적격 여부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할 것이다.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을 비롯해 차남에 이어 제기된 본인의 병역관련 의혹 등 석연치않은 대목들에 대해 검증을 받는 것은 물론 정책 등 정부운영에 필요한 능력과 자질도 엄격한 확인이 필요하다. 특히 언론사 보도 개입의혹은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그의 언론관은 물론 정치인과 언론간의 관계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가 깔려있어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못한 표현"이라는 해명에서 보듯 '실언'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언론관은 청문회에서 다뤄지겠지만 언론의 입장에서도 정치인과 지켜야할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일종의 유착과 공생관계로 오해를 살만한 상황에 말려들었다는 점에서 스스로가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운 민얼굴의 한 단면이 드러났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언론이 엄정한 몸가짐으로 본령을 지키지않고 스스로 '플레이어'로서 정치권과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면 이미 언론이 아니다. 이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그의 언론관, 기자들과의 관계가 여야 정치권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인식과 관행이 아닌지에 대해서도 엄중한 검증을 받아야할 것이다. 이번 총리 청문회는 그간 숱하게 제기됐던 여러 문제점들이 개선된 모범적 진행으로 청문회 제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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