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력 낭비오용의 대표사례 도로명주소 포기해야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2-04 10: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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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력 낭비오용의 대표사례 도로명주소 포기해야



(서울=연합뉴스) 도로명 주소가 사실상 강제화된지 1년이 지났다. 기존 행정구역 단위아래 얼기설기 묶여 있는 지번주소 체계를 버리고 도로를 따라 규칙적으로 주소를 매겨 길을 찾기 쉽게 한다는 취지다. 선진국 대부분이 도로명 주소체계를 따르고 있다는 명분 아래 상당한 준비기간과 세금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정착하지 못한 채 국민 실생활과 겉돌고 있는게 현실이다. 심지어 자신의 새 주소명도 모르는 국민이 상당수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의식에 도로를 따라 위치와 지역을 가늠하는 인식체계가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소와 위치인식에 관한 상이한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지않은 결과다.



도로명 주소는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얼마나 국민생활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리고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정책을 밀고나가는 무책임함이 얼마나 행정력을 낭비하는지도 보여준다. 행정자치부는 도로명 주소를 강제화한 뒤 해를 넘기고도 국민의 일상생활에 정착하지 못하자 택배·온라인쇼핑·내비게이션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협조를 요청했다. 경기도는 심지어 도로명주소를 사용하지 않은 사례를신고한 사람을 포상하는 '도로명주소 신문고제도'까지 도입했다. 공공기관이 모든 업무에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고 우편업무 활용도도 68.9%에 이르렀지만 실생활에서의 사용이 극히 저조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예측대로라면 택배나 내비게이션 업계가 '길 찾기 쉬운' 도로명 주소를 쌍수를 들고 즉각 활용했어야 하지만 실제 이용률이 10%대에 그치고 있다. 정부만 쓴다는 얘기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로명 주소가 우리 국민의 주소 인식체계와 어긋나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도시 중심부에서 방사형,격자형으로 퍼져나가는 도로를 기준선 삼아 지역과 주소를 구분하는 인식체계가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읍면동 단위의 구역중심 인식체계가 자리잡고 있어 선형으로 이어지는 길 자체를 기준으로 삼지않는다. 게다가 기존 지번주소체계가 이미 민간부문에서 광범위하게 디지털 데이터베이스화 되어있어 스마트폰이나 내비게이션 상에서 주소와 위치를 확인하는데도 불편이 없다. 새 주소 도로명도 무성의하게 급조하다보니 주민들조차 생소하고 기억에 새겨지지 않는다.특히 동사무소 등 기존의 행정구역 단위서비스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새 도로명 주소가 관할 행정기관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다시 말해 새 도로명 주소에 따르면 자신의 주소와 위치를 머릿속에서 그려낼 수 없다는 얘기다. 현실을 깊게 들여다보지않고, 디지털 정보의 일상화라는 기술발전도 내다보지 못해 정부가 하지않았어야 할 일을 억지로 밀고나가고 있는게 새 도로명 주소인 것이다.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새 주소시스템 정착을 위해 토지대장 등 부동산관련 데이터베이스까지 모두 바꾼다니 앞으로 더 들어갈 비용도 만만치않다.



애초 정부가 생뚱맞은 도로명 주소 도입을 결정하기에 앞서 위치와 지형에 관한 국민인식체계나 앞으로의 기술발전 추세를 감안한 지번주소의 문제해소 방안에 대해 책상머리에서가 아니라 실생활 현장에서 단 한번이라도 시뮬레이션 절차를 거쳤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어이없는 혼선도 없었을 것이다. 국민을 위한 꼭 필요한 제도개선이 아니라 무신경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탄생한 제도의 문제점을 쉬쉬하며 국민의식을 억지로 끌어맞추고 있는 꼴이기 때문이다. 당장 '종로구 도렴동'이지만 새주소상 '사직로 8길'로 되어있는 서울 정부종합청사 별관 앞 거리로 나가 길건너 있는 '종로구 율곡로'를 제대로 짚어낼 수 있는 시민이 있는지 한번 찾아보는 시도를 한다면 왜 도로명 주소가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지 바로 문제점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뜻이 아니라 탁상행정으로 국민을 앞으로도 계속 불편하게 하지 말아달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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