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파트너십'이 '당·청 충돌'로 읽히는 이유
(서울=연합뉴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오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정운영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현 상황을 "대한민국의 총체적 위기"라고 규정하면서 그 이유를 "국가위기를 돌파하는데 절실히 필요한 정부와 정치권 등의 리더십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최근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국정운영의 동력이 약해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청와대, 정부, 국회 등 국정운영의 파트너들이 막중한 책임감과 의무감을 갖고 제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내각에 대해서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에 따라 소신있게 정책집행과 인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말 자체로만 보면 당·청의 파트너십을 강조하면서 내각의 분발을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그 당위적인 말들을 뒤집어 해석하면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국정운영 파트너들이 제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은 그동안 청와대에 눌려 있던 당이 제역할을 되찾겠다는 뜻으로 해석할수 있다. "지난 2년간 고위 당정청 회의가 단 두차례 뿐이었다. 앞으로 당이 주도해서 수시로 열어 국정 현안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풀어나가겠다"고 한말은 국정운영에서 당의 주도권 강화와 직결돼 있다. 장관의 독자적 정책 집행과 인사권 강조는 '청와대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일하라'는 메시지로 읽힐법 하다. 김 대표는 또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복지정책의 기조인 '증세없는 복지'를 가리켜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까지 했다. 여당 대표가 현직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규정해 버린 것이다. 2일 선출된 유승민 원내대표도 "세금을 늘리든지 복지를 줄이든지 결정해야할 시점"이라며 증세없는 복지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스스로 '원조친박'이라고 말하지만 박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해온 비박계의 유 원내대표가 당선된지 하루만에 김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청와대를 향해 우회적으로 포문을 열면서 우려했던 당청 갈등은 현실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박 투톱 체제의 여당과 청와대간 본격 갈등의 첫 발화점은 임박한 개각과 청와대 인적쇄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는 "비서실장, 비서관 몇명 바꿔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큰 폭의 인사쇄신을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사태, 건보료 개편 철회 등으로 불거진 '증세없는 복지' 논쟁은 현 정부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꾸는 문제여서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조차 예측하기 어렵다. 게다가 개헌에 대한 현격한 시각차까지,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간 갈등 이슈들은 즐비하다. 주도적으로 정부 정책에 관여하겠다며 '당 중심론'을 강조하는 여당 지도부와 아직 3년의 임기가 남아있는 청와대간 국정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은 중대 기로에 직면할수도 있다. 지금은 '파트너십'이라는 포장된 언어로 우회적 비판을 하고 있지만 만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거나, 더 떨어지게 된다면 여당 지도부는 청와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릴 것이 뻔하다.
집권 여당에 대통령을 비판하는 지도부가 들어서고 그들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청와대의 책임이 크다.30% 밑으로까지 떨어진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 2년간의 국정운영이 소통부족과 인사실패로 인해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대선때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유권자의 절반 가량이 '반대'로 돌아섰겠는가. 청와대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론 당을 중심으로 민의를 수렴해야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도 바라볼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그것이 유 원내대표의 낙승으로 연결됐다는 분석을 청와대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점에서 박 대통령이 홍보수석을 통해 "당정청 협의를 통해 정책을 잘 조율해 국민에게 염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은 당청 소통에 대한 변화된 입장으로 읽혀진다. 하지만 국정운영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바라는 여권 지도부와 당청관계 안정에 방점을 두고 있는 청와대간에는 여전히 현격한 인식차가 있어 보인다. 분명한 점은 비박 지도부의 선공(先攻)으로 인해 공은 이제 청와대로 넘어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당청 갈등 해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등 돌린 민심을 추스르면서 국정운영의 동력을 살려나가기 위해 박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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