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제18회 중국 옌타이 핀수영 세계선수권대회 4관왕 장예솔. jk@yna.co.kr |
핀수영 세계1인자 장예솔 "조금더 자랑스러워 할까요"
세계선수권 4관왕 "꿈만 같아 1시간 울어…더할 수 없을 정도로 훈련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주변 친한 선수들이 '이젠 좀 더 자랑스러워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네가 아니면 누가 거만하겠냐, 자기네를 채찍질해달라는 거죠."
아마추어 종목 대회 중 최고봉은 올림픽이라지만, 올림픽 종목이 아닌 핀수영에서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중국 옌타이에서 열린 제18회 핀수영 세계선수권대회 4관왕을 차지하고 돌아온 장예솔(27·광주체육회)은 세계 핀수영 역사에 길이 남을 최강자로 우뚝 섰다.
그는 지난달 열린 대회 여자부 잠영 50m, 표면 50m, 표면 100m, 호흡 잠영 100m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표면 50m 예선에서 세운 17초08은 세계신기록이었다.
현재 대구에서 훈련 중인 장예솔은 1일 주말을 맞아 경기도 안양 자택으로 올라왔다.
장예솔은 "세계선수권 1등과 세계신기록은 제게 남은 마지막 과제였다"며 "꿈꿔 왔던 일이 이렇게 꿈처럼 일어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감동을 되새겼다.
그는 세계신기록 상황을 돌아보면서 "처음엔 소수점이 너무 낮아서 18초대 기록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오고, '뉴 월드 레코드'라는 글자가 떠서 너무 놀랐다"고 여전히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세계선수권 4관왕이라고 하니 원래 정상급 선수였던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장예솔이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첫날 표면 100m에서 전광판 순위에 '1'이 써진 것을 본 순간부터 1시간 동안 울었다"며 "'정말 해냈구나, 해냈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상대에서도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2년 전 세계선수권대회에선 2, 3등만 했는데, 그전엔 세계선수권에서 잘한 적이 없었기에 기분이 좋았다"며 "그때부터 '나도 1등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올해까지 다음 2년 동안은 "코치님조차 '쉬어도 된다'고 할 정도로, 정말 더할 수 없을 정도로 운동을 했다"며 "이제 다음 대회를 기약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므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려고 했다"고 '승부사'의 면모를 내비쳤다.
'무관'에서 단숨에 4관왕으로 도약한 것은 상·하체 균형을 맞춘 덕이 컸다.
발에 일종의 지느러미라 할 핀(fin)을 달고 하는 핀수영은 저항을 줄이려고 상체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핀수영은 하체'라는 인식이 강했던 장예솔은 하체 운동인 스쿼트를 할 때는 중량 판을 170㎏까지 끼울 정도이지만 놀랍게도 지난해까지 팔굽혀펴기는 1개도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상체도 같이 발달시켜야 한다는 연구결과 등을 받아들여 상체 운동을 병행한 것이 꿈같은 성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장예솔은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운동으로 대성할 운명이었다.
태권도를 했던 어머니와 복싱을 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장예솔은 "제가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골프, 검도, 수영 등 온갖 운동을 시키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모는 딸이 학업으로 성공하기를 바랐다고 한다.
하는 운동마다 전문 선수를 권유받을 정도로 재능을 보였지만, 그럴 단계가 오면 곧 부모님은 그 운동을 못하게 했다고 장예솔은 떠올렸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부터 전 과목 별도 과외를 받을 정도로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는 장예솔은 그러나 "중학교 1학년 때 스트레스로 기절해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였다"며 공부와는 맞지 않았던 과거를 털어놨다.
'공부 잘하는 아이'를 바랐던 부모는 딸에게 사과하기에 이르렀고, 끝내 딸의 길을 찾아줬다.
장예솔은 "수영강습반을 다니시던 어머니가 수영 선생님에게서 핀수영 얘기를 듣고는 제게 권해서 중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고 웃었다.
장예솔이 보는 핀수영의 매력은 단연 "스피드"다. 장예솔의 표면 50m 세계기록 17초08은 브리타 슈테펜(독일)이 세운 일반 수영 여자 자유형 최고기록인 23초73보다 6초 이상 빠르다.
그는 "우리도 경기를 관전할 땐 선수의 출발을 지켜본 다음 거의 바로 전광판을 볼 정도다. 정말 빨라서 누가 1등을 하는지 잘 안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 일반인들이 접하기는 어려운 종목이지만, 핀수영 인구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도 밝혔다.
그는 "전문가용 핀은 100만원 정도 하는데 저렴한 것은 20만원대도 있다"며 "3㎞짜리 바다 대회도 있으니 더 많은 사람들이 핀수영을 접하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예솔이 금빛 물살을 더 거세게 일으킬수록, 핀수영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커질 것이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