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인쇄용지를 위해서"…에어컨의 탄생
(서울=연합뉴스) 1902년 7월17일은 여름 생활필수품이 된 에어컨이 처음 세상에 나온 날이다.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을 처음 쐰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인쇄물이었다. 20대 청년 엔지니어 윌리스 캐리어(1876∼1950)는 기온과 습도에 따라 인쇄용지가 변하고 인쇄물의 품질이 달라지는 문제로 고민하던 인쇄업자의 의뢰로 에어 컨디셔닝 시스템(에어컨)을 발명했다.
코넬대를 졸업하고 뉴욕주의 한 기계설비회사에 입사한 캐리어가 당초 연구한 것은 에어컨이 아니라 목재와 커피를 건조하는 난방시스템이었다. 인쇄업자의 의뢰가 에어컨 발명으로 이어진 것이다. 인쇄물을 위해 탄생한 1호 에어컨은 그 무게가 자그마치 3t이나 됐다.
에어컨의 초기 고객 중에는 직물공장도 있었다. 공기 중 습기가 부족하면 정전기가 심해지고 보풀이 일어 직물 짜기가 어려웠다. 이 문제도 에어컨의 공기 조절 기술로 해결할 수 있었다.
1906년 '공기 조절 설비'에 대한 특허를 딴 캐리어는 1915년 친구 6명과 함께 캐리어 엔지니어링 사(Carrier Engineering Company)를 설립했다.
에어컨의 혜택을 일반인이 누리게 된 건 1920년대부터다. 백화점과 극장들은 에어컨 설비를 갖추고 여름 고객 맞이에 나섰다. 에어컨의 설치는 매출과 직결됐다. 1930년대 여객기와 자동차에 장착된 에어컨은 1950년대 미국에서 주택 기본 사양으로 채택되면서 일반 주택에도 보급되기 시작했다.
에어컨의 대중화로 사람들이 시원한 여름을 보내게 됐지만, 화학물질이 에어컨의 냉매로 사용되면서 에어컨이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했다. 냉방병도 시원함을 대가로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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