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 시점 아직 결정 못해…아직 고민중"
< BMW여자골프> 전인지 "팬 응원 덕에 버텼어요"
"너무 피곤해서 상상도 못한 미스샷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진출 시점 아직 결정 못해…아직 고민중"
(인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을 제패하고 금의환향한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미소는 여전했지만 얼굴은 피로에 찌든 기색이 역력했다.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귀국하자마자 16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하늘코스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MW레이디스챔피언십 1라운드에 출전한 전인지는 "너무 피곤해서 상상도 못한 미스샷이 나오곤 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전인지의 이날 스코어는 이븐파 72타. 선두에 4타 뒤진 공동43위로 1라운드를 마감한 전인지는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과연 대회를 치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이만하면 괜찮은 스코어"라고 말했다.
전인지는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사흘 동안 살인적인 스케줄에 시달렸다.
미국에서 시상식을 마친 다음날 곧바로 귀국길에 올라 13시간의 비행 끝에 인천공항에 내린 것은 지난 14일 오후 6시30분이었다. 기자회견과 방송 출연 등 숨가쁜 귀국 첫날을 보내고 잠자리에 든 시간은 15일 오전 1시였고 시차 탓에 오전 5시에 눈을 떴다.
16일에는 프로암 대회를 치렀다. 프로암 대회 전후에서 몰려드는 전화 인터뷰 요청과 사진 촬영 등에 응하느라 쉴 짬이 없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쓰러지듯 잠자리에 들었지만 또 시차 때문에 새벽 4시에 눈에 떠지는 바람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1라운드를 치른 전인지가 내놓은 첫 마디는 "오늘 너무 힘들었다"였다. 전인지는 "나도 모르게 발이 땅에 끌리면서 넘어질 뻔 한 적이 몇번 있었다"면서 "몸이 내 마음 먹은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상상도 못한 미스샷이 나오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US여자오픈에 전인지와 함께 출전했다가 귀국한 이정민(23·비씨카드)도 "마치 카메라 초점이 맞지 않은 상태처럼 모든 게 흐리멍텅했다"고 말할만큼 둘은 시차 적응이 전혀 안돼 있었다.
전인지는 이런 최악의 컨디션에도 이븐파 72타로 버틴 것은 "응원와준 팬들 덕"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에 입장한 관객은 약 1천여명. 평일인데다 비싼 고속도로 통행료를 물어야 하는 곳이라 그다지 많은 갤러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전인지, 이정민, 고진영 등 올해 상금랭킹 1∼3위 선수가 동반 플레이를 치르자 400여명이 몰렸다.
특히 전인지 팬클럽 '플라잉 덤보' 회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플라잉 덤보'라는 전인지의 별명을 써붙인 모자를 맞춰 쓰고 나타난 전인지 팬클럽 회원 가운데 한명은 "회사에 휴가를 내고 왔다"면서 "오늘 우리 회원만 50명쯤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전인지의 경기 일정과 티타임 등을 공유하면서 현장 응원 계획도 짠다고 했다.
"주말에는 1천명도 넘게 경기장에 올 것"이라고 귀띔한 전인지 팬클럽의 중년 남성 회원은 "나름대로 전인지 선수의 경기 모습을 더 생생하게 관전하는 요령이 있다"고 자랑했다.
전인지는 "오늘 쉬고, 내일 더 쉬면 점점 나아지지 않겠냐"면서 "남은 3라운드에서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우승 상금 3억원짜리 특급 대회 우승컵을 호락호락 내주지 않겠다는 의욕을 내비친 셈이다.
한편 전인지는 미국 진출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가족 회의를 아직 열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인지는 "올림픽에 나가려면 대표 선수 선발에 유리한 LPGA투어에서 뛰는 게 좋겠지만 한국에서 약속한 것도 있고 나름 목표도 있어서 정말 고민"이라면서 "귀국한 뒤에 부모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해서 의논을 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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