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합심으로 세계 대학생에 '한국의 정' 심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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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광주 서구 화정동 유니버시아드 선수촌 등록센터에서 대회 관계자들이 발열감지기를 주시하고 있다. |
< U대회 결산> ⑤메르스 사태 이겨내며 메가스포츠 성공 개최
메르스 사태에 위기관리 능력 돋보여...도핑 없는 '안전·안심대회'
민·관 합심으로 세계 대학생에 '한국의 정' 심어줘
(광주=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는 광주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 종합 스포츠 제전이었다. 대회 전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전국을 덮쳤다.
그러나 광주는 성공 개최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한 장애물을 너끈히 넘어섰다.
1959년 이탈리아 토리노 대회를 시작으로 28번째인 이번 하계 유니버시아드는 양·질적으로 역대 어느 대회와 견줘도 부족함이 없는 지구촌 대학생들의 잔치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 메르스 우려를 위기관리 능력 보이는 기회로
여자 리듬체조 세계 1위인 러시아의 마르가리타 마문 등 일부 선수가 메르스에 대한 우려로 대회 전 불참을 통보하면서 유니버시아드 흥행 전선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그러나 대회가 지속할수록 막연한 우려는 안전에 대한 확신으로 바뀌었다. 역설적으로 한국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기회가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조직위원회는 대회 기간 선수촌·본부호텔·경기장 등 주변에는 모두 117대의 발열감지기를, 선수촌 병원 입구에는 선별 진료소를 설치했다. 각종 메가 스포츠 이벤트 역사를 살펴봐도 발열감지기가 설치됐던 대회는 흔치 않다.
선수들은 입국 직후 인천·무안공항에서, 광주 송정역에서, 선수촌에서 발열 검사를 받았다.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측으로부터 과도하지 않으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발열감지기는 체온이 37.5도를 넘으면 알람이 울리게 돼 있다. 간혹 뜨거운 커피나 음료를 들고 들어가다가 체온을 다시 측정하는 경우가 있었을 뿐, 선수촌과 경기장은 끝까지 '메르스 안전구역'으로 남았다.
응급의학과, 내과, 외과, 스포츠의학과, 한의과 등 9개 과를 운영한 선수촌 병원도 선수단의 건강 지킴이로 제 몫을 훌륭히 해냈다.
윤나라 감염내과 전문의는 "선수단은 물론 U대회 방문객으로 메르스 청정지역인 광주가 위협받지 않을까 하는 시민의 불안감도 해소해야 했다"며 "메르스에 관해서만은 과잉대응해야 한다는게 의료진의 생각이었고 그 결과도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번 대회는 도핑과 관련해서도 청정했다.
조직위는 유니버시아드 사상 최초로 금메달리스트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등 700건 이상의 도핑 검사를 했지만, 양성 반응은 없었다.
선수들의 반(反) 도핑 의지가 컸지만 대학생 축제로서 인식이 강해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유니버시아드 특유의 분위기도 작용한 것으로 조직위는 분석했다.
◇ "처음 같지 않은 대회 운영"…한국·남도의 정, 순항 밑거름
U대회 조직위는 지난해 9월 개막한 인천 아시안게임에 15개 분야 37명을 지원요원으로 보냈다. 광주시 공직자 등 조직위 관계자 200여명도 대회를 참관했다.
광주에서 처음 열리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더없이 좋은 '모의고사'였다.
U대회는 그러나 대회 진행 면에서 참고로 삼은 아시안게임보다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나눔과 친절'로 대변되는 한국, 남도 특유의 정은 대회 순항의 밑거름이 됐다.
조직위, 광주시, 시민은 삼위일체로 따뜻한 정을 선보여 외국 선수단을 품었다.
조직위 등은 지진 참사를 겪은 네팔 선수단을 위해 모금한 1천17만원을 항공비 등으로 지원했다.
경찰서비스센터는 떨어진 운동화를 기워 쓰는 선수들을 위해 운동화 등 170만원 어치의 물품을, 대한산악연맹은 경기복을, 대한펜싱협회는 장비를 지원했다.
육군은 파병국 선수단을 부대로 초청하고 특전사는 파병으로 맺은 우정을 경기장에서 응원으로 다졌다.
불참한 북한 선수단을 기다리는 의미로 개·폐막식에 자리를 비워두거나 선수들이 비를 맞지 않도록 공직자들이 우산 300여개를 모아 전달한 것도 남도의 '손님맞이' 방식을 알린 일화다.
전국에서 몰려온 1만여명 자원봉사자, 600여명 아타셰(의전·통역 요원)들도 한국의 정을 전달하는 '선봉장' 역할을 했다.
정작 자신들은 때때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경기장의 불편 사항이나 물품 분실 등 사고가 생기면 가장 먼저 나서 해결했다.
외국인에게는 낯선 대중목욕탕을 찾은 선수에게 '때밀이' 비용을 깎아 준 목욕관리사, 할인을 마다하지 않은 상인들도 한국과 남도 특유의 정을 각국 선수들에게 전했다.
조직위원장인 윤장현 광주시장은 "많은 자원 봉사자를 비롯한 시민 여러분이 어려움 속에서도 성숙한 시민 의식, 광주의 나눔과 연대, 배려를 보여준데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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