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테니스> 최고령 우승 윌리엄스 '막을 자 누구냐'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세리나 윌리엄스(1위·미국)의 기세는 나이가 들어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가르비녜 무구루사(20위·스페인)를 2-0(6-4 6-4)으로 물리친 윌리엄스는 여자 테니스 사상 최고령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자가 됐다.
1981년 9월생인 윌리엄스는 이날 33세 289일에 윔블던 정상에 올라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가 갖고 있던 종전 최고령 우승 기록을 넘어섰다.
나브라틸로바는 1990년 윔블던에서 33세 263일에 우승해 지금까지 여자 테니스 메이저 대회 단식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갖고 있었다.
남자 선수도 30대 중반을 향하는 나이에 전성기 기량을 유지하기 어려운 마당에 여자 선수인 윌리엄스가 요즘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는 사실은 보통 일이 아니다.
윌리엄스는 2002년 프랑스오픈부터 2003년 호주오픈까지 메이저 대회 4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고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이번에도 다시 한 번 '세리나 슬램'의 위업을 이뤘다.
지난해 US오픈부터 올해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을 차례로 제패한 윌리엄스는 올해 US오픈까지 석권할 경우 1988년 슈테피 그라프(독일) 이후 27년 만에 '캘린더 그랜드 슬램'을 이룩하게 된다.
US오픈에서는 윌리엄스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우승을 독식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는 대회라 '캘린더 그랜드 슬램' 가능성이 크다.
메이저 대회에서 21차례 우승한 윌리엄스는 "2003년에 메이저 4연승을 거둔 뒤 12년간 부상이나 기복이 있었다"며 "지난해 US오픈에서 우승할 때만 해도 내가 다시 메이저 4연승을 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2012년 이후 3년 만에 윔블던 왕좌를 탈환한 그는 "다만 윔블던에서 오래 우승하지 못해 이 대회만큼은 다시 우승을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윌리엄스는 "내가 이제 공식적으로 최고령 메이저 우승자가 된 것이냐"고 되묻고는 "대단한 일"이라고 즐거워했다.
그는 "나는 사실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며 "여전히 매우 젊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수 비결'에 대해 윌리엄스는 "새로운 기술, 장비, 운동 방법 등이 개발되면서 운동선수의 수명은 앞으로 더욱 길어질 것"이라며 이번 대회에서는 '행운의 징크스'도 따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승 파티에 입고 가려고 가져온 옷이 좋을수록 대회 성적이 좋았다"며 "이번 대회에도 그래서 파티에 입을 옷에 신경을 많이 써서 가져왔다"고 활짝 웃었다.
윌리엄스의 '파죽지세'에 제동을 걸 경쟁자는 누가 있을 것인가.
알려진 대로 상위 랭커일수록 윌리엄스를 상대로는 제대로 힘도 못 쓰고 있다.
마리야 샤라포바(4위·러시아)는 2004년 이후 11년간 윌리엄스를 상대로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17연패를 당하고 있다.
2위 페트라 크비토바(체코)와 3위 시모나 할레프(루마니아)가 나란히 1승5패로 열세, 5위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는 1승10패, 6위 루치에 샤파르조바(체코)는 9전 전패다.
상위 랭커 5명을 상대로 윌리엄스가 46승5패를 기록 중이니 다른 선수들의 상대 전적을 따져보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
어쩌면 윌리엄스의 독주를 막아서는 것은 다른 선수가 아니라 세월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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