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우호조약 체결 54주년…"군사동맹 사실상 깨져"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11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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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반도에 전쟁 나도 북한 일방지원하지 않을 것"
"북핵이 관계개선의 관건…9월 중국 전승절 행사 분수령"
△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북·중, 우호조약 체결 54주년…"군사동맹 사실상 깨져"

"중국, 한반도에 전쟁 나도 북한 일방지원하지 않을 것"

"북핵이 관계개선의 관건…9월 중국 전승절 행사 분수령"



(서울=연합뉴스) 김영만 기자 = '혈맹관계'로 불려온 북한과 중국이 11일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 체결 54주년을 맞았지만 군사동맹 관계는 사실상 깨진 상태다.

북중 조약은 54년 전인 지난 1961년 7월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김일성 주석과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가 서명하면서 체결됐다.

조약 제2조에는 '중국과 북한은 모든 조치를 공동으로 맡으면서 체결국에 대한 특정 국가의 침략을 방지한다. 체결국 가운데 한 쪽이 침략을 받으면 전쟁 상태로 바뀌는 즉시 군사적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조약 내용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사문화되거나 퇴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중조약은 중국과 북한이 오랫동안 합동군사훈련을 거의 하지 않은 점에 비춰 사실상 사문화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장 연구원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더라도 중국은 남한과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과거 한국전쟁 때처럼 북한을 일방적으로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과 북한은 서로 전략적으로 필요해 묵인하고 있을 뿐이라고 장 연구원은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연구소의 북한 전문가 A 박사도 "두 나라의 군사동맹적 성격이 퇴색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A 박사는 "중국이 1958년 인민해방지원군을 완전 철수한 이후 양국의 군사적 연합체계는 없어졌다"며 "이후 중국과 북한은 합동군사훈련을 해 본 적이 없다"고 군사동맹 퇴색의 이유를 들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대외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군사적으로 외세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 중국과의 군사적 동맹 기능이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정재흥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냉전기에 체결됐던 두 나라의 조약이 폐기되지는 않았지만, 탈냉전 시대를 맞아 과거와 비교하면 의미가 많이 퇴색한 게 사실"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또 김일성과 마오쩌둥(毛澤東) 등 혁명 1세대의 친분을 기반으로 '당 대 당'의 관계로 유지해온 북중관계가 최근 정상적인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A 박사는 "예전에는 양국의 당 대 당 최고 지도자들이 직접 접촉하곤 했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 들어서는 당 채널의 의사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나라는 국익을 기준으로 한 일반적인 국가 관계로 점차 바뀌어 가고 있으며, 특히 중국이 이런 방향의 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중국의 이러한 접근 방식을 받아들이면 비핵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싫어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양국 조약에 대해 중국은 북한을 관리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 하지만, 북한은 전통 우호국의 지원을 받는 메카니즘으로 바라보는 등 서로 기대감이 다르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과 미국의 전략적·지정학적 경쟁 구도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한 이 조약은 폐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핵실험과 장성택 숙청 등으로 얼어붙은 북한과 중국 관계는 당분간 냉기류 상태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장용석 연구원은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고 북한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두 나라의 갈등과 긴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적어도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까지는 이런 냉기류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자주'와 '존엄'을 내세우며 핵보유국과 인공위성 발사 등을 통해 자신의 집권 및 체제가 성공했음을 과시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양국의 냉랭함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등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에 대한 북중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양국관계는 뜻밖에 빠르게 복원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용현 교수는 "북한 가뭄에 따른 중국의 인도적 지원은 두 나라 관계의 윤활유가 될 수 있겠지만, 정상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두 나라 모두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어느 한 쪽도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지 않아 불편한 관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두 나라의 관계 개선에는 북핵문제가 관건이 될 것으로 봤다.

장용석 연구원은 양국의 관계 개선은 북한이 핵보유국을 내세우지 않고 자제하는 등 먼저 태도 변화를 보이면 중국이 고위급 회담을 제의하는 등 화해 제스처를 하는 방법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어 다소 출렁거림이 없지 않겠지만 관계 개선이 되더라도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이후 또는 내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추측했다.

김용현 교수는 "김정은의 중국 베이징 방문 또는 중국 최고지도자의 평양 방문이 관계 개선의 포인트가 되겠지만 핵 문제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매끄럽지 않은 관계가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는 "현재로선 양쪽 고위급 상호 교환 방문의 징후가 없어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작지만, 두 나라 관계는 오는 9월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김정은이 참석하느냐 여부가 하나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상대 변화를 기다리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북중관계의 복원이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정권 교체 때까지 안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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