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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되는 골프연습장 (성남=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6일 오후 세종재단 땅을 무단 점유하고 영업해온 골프연습장이 철거되고 있는 모습. 재단 측은 지난달 23일 오전 5시께 법원 집행관과 재단 관계자, 용역 업체 직원 등 100여명과 함께 명도집행에 나섰다. 2015.7.8 you@yna.co.kr |
세종재단, 임대료 거부 골프연습장과 '5년 전쟁' 마감
가스통 폭파 위협 등에 연습장 땅 확보 시도 4차례 무산
(성남=연합뉴스) 최해민 류수현 기자 = 세종재단이 재단 소유의 토지를 불법 점유한 골프연습장을 5년 진통 끝에 내쫓은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세종재단은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테러로 숨진 외교사절의 유족 지원 기금으로 설립됐으며, 부설 세종연구소는 국가 안보전략을 연구한다.
성남시 수정구에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춘 이 골프연습장과 세종재단의 악연은 2010년 시작됐다.
세종재단은 2006년 수익을 목적으로 세종연구소 바로 옆 부지 2만6천여㎡를 L업체에 임대했다. 보증금 2억원에 2015년까지 10년간 임대료 80억여원을 받는 내용의 계약도 했다.
이 업체는 연면적 6천여㎡에 지상 3층, 90타석 규모의 골프연습장을 지어 그해 7월 영업을 시작했다.
성남 도심에 있는 이곳은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파3홀 연습장을 갖춰 인기가 높았다.
그럼에도, L업체는 2010년부터 임대료를 내지 않고 배짱영업을 했다.
설상가상으로 세종연구소에서 빌린 20억원을 갚지 않았다. 빚과 미납 임대료 40억여원, 연체 이자 등을 합치면 전체 채권은 약 100억원에 달한다고 재단측은 주장했다.
재단은 채권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2011년 임대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골프연습장 땅을 넘겨받으려고 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편법을 동원하거나 무력시위를 벌여 강제집행을 철저히 방해했다.
실체 없는 법인을 내세워 "공동지분이 있다"며 법원 집행관을 막았다. 강제 집행을 3차례나 무산시킨 이 업체는 급기야 지난해 8월에는 용역 직원들을 동원해 실력 저지에 나섰다. 출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가스통과 인화성 물질이 든 플라스틱 용기에 불을 붙일 것처럼 위협하면서 집행에 저항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법원 집행관은 인화성 물질이 몸에 묻어 하마터면 참사를 당할 뻔했다.
5년간 버티던 이 업체의 '막가파식 영업'은 지난달 23일 새벽에 막을 내렸다. 이날 오전 5시께 법원 집행관과 재단 관계자, 용역 업체 직원 등 120여명이 '비밀작전'을 감행해 성공한 것이다.
재단은 강제집행 과정을 문제 삼아 생떼를 부릴 것에 대비해 변호사도 참여시켰다.
치밀한 준비 끝에 시작된 강제 집행은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먼저 연습장 내부에 진입해 사무실과 집기류 등 증거수집용 사진을 찍고서 4개 팀으로 나눠 골프장 시설물을 철거했다.
개인사물함에 보관된 골프가방과 골프채, 집기류 등은 경기도 모처의 한 물류창고로 옮겼다. 연습장에서 꺼낸 컨테이너 110대 분량의 물품은 차량 수십대로 운반했고, 주요 시설물 철거에는 1주일이 걸렸다.
이로써 막무가내식으로 버티던 골프연습장과 세종재단이 5년간 지속한 힘겨루기가 마무리됐다.
L업체는 골프연습장에서 쫓겨난 것은 물론, 임직원이 무더기로 처벌됐다.
경찰은 강제집행에 앞서 임직원들의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에 대해 수사했다. 그 결과 이 업체 대표 김모(51)씨와 경영팀장 서모(38)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다른 2명을 불구속입건했다.
이 업체는 가짜 위탁경영 계약을 한 법인에 공동지분이 있는 것처럼 속여 강제 집행을 방해한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2년, 서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직원들에게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 업체가 현금으로만 장사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렸다는 혐의는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법률상 신용카드 거래의 의무가 없고, 사무실에 금고를 관리한 점으로 미뤄 돈을 빼돌린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단은 연습장 시설물을 공매처분함으로써 채권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지만 성과는 매우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
재단은 합법적인 강제집행을 방해하는 불법 사례가 반복되지 않게 하려고 관련 법안 개정안을 입법 청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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