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88고속도로 개통식날 열린 합동결혼식
(서울=연합뉴스) 영호남을 잇는 88올림픽고속도로가 개통된 1984년 6월27일, 지리산휴게소에서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이날 부부의 연을 맺은 8쌍은 모두 남편과 아내가 영호남 출신. 전두환 대통령 내외는 결혼식에 참석해 이들 부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기념촬영을 했다.
대구 달성군(당시 경북 달성군)과 전남 담양군을 연결하는 88고속도로(총연장 182㎞) 건설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호남 민심을 잃은 전두환 정권의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 개통식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경북)이 아닌 전남 담양에서 열렸다.
이름은 원래 88올림픽고속도로가 아니었다. 1981년 달성∼담양 구간을 착공했을 때만 해도 영호남을 동서로 연결해 화합을 다진다는 취지로 '동서고속도로'라고 이름 지었지만, 서울올림픽을 유치한 뒤 이를 기념하려고 88올림픽고속도로로 이름을 바꿨다.
88고속도로 건설에는 최신식 공법이 도입됐다. 국내 최초로 시멘트 콘크리트로 포장하고, 나들목 대부분에는 입체교차로를 설치하는 등 '최고 사양'의 고속도로였다.
하지만 '고속도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왕복 2차로 구간이 대부분이고 제한 속도는 80㎞/h. 급커브 구간이 많고 중앙분리대가 없어 '죽음의 도로'로도 악명이 높다. 2003∼2007년 고속도로 치사율(사고로 인한 100명당 사망률)은 20.38로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23개 고속도로 노선 중 가장 높았고, 2014년에도 100㎞당 고속도로 사망자 수가 3.3명으로 전국 고속도로 평균(1.6명)의 두 배를 넘었다. 위험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2008년 전 구간을 4차로로 확장하고 직선화하는 공사에 들어갔고, 올해 말 완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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