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정부가 지불한 대전료…첫 프로복싱 세계챔프 탄생
(서울=연합뉴스) 1966년 6월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김기수(1939∼1997)와 니노 벤베누티(1938∼·이탈리아)의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미들급 타이틀 매치는 단순한 복싱 경기가 아니었다.
이 경기 입장료는 특석 6천원, 지정석 4천원, 일반석 2천500원이었다. 당시 5급 공무원 월급이 6천여원이었으니 서민에겐 입이 쩍 벌어질 만한 액수였다.
입장료가 이처럼 엄청나게 치솟은 이유는 총 대전료가 6만3천 달러에 달했고, 이중 5만5천 달러를 원정 챔프 벤베누티에게 줘야 했기 때문이다. 1966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131달러였다. 외환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때여서 박정희 대통령의 결심이 필요했다. 박 대통령은 경기 전에 김기수를 청와대로 불러 "김 선수, 이길 자신 있어요?"라고 물었고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대답을 듣자 경제기획원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전료를 내주라고 지시했다. 그만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영웅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였다.
김기수는 박 대통령 등 수천여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벤베누티를 2-1(72-69 68-72 74-68) 판정으로 꺾었다. 경기 직후인 6월27일 오후에는 오픈카를 타고 시가행진을 벌였고, 7월15일에는 현장 영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세계의 철권왕 김기수'가 전국 대형 극장에서 일제히 개봉했다. 김기수 이후 한국 복싱은 1970∼1980년대 프로 복싱 강국으로 군림하며 세계챔피언 40여명을 배출했지만 지인진이 2007년 7월 페더급 타이틀을 반납한 뒤로는 남자챔피언의 명맥이 끊긴 상태다.
▲오늘의 소사(小史)
- 1905년 = 낙동강 철교 준공
- 1916년 = 일제, 경복궁 터에 총독부 청사 기공
- 1950년 = 한국전쟁 발발
- 1951년 = 미국 CBS방송, 최초의 컬러TV 상업방송 개시
- 1983년 = 파키스탄, 지하 핵실험 성공
- 2009년 =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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