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한 마리가 천마리가 되어"…정주영 '소떼 방북'
(서울=연합뉴스) 1998년 6월 16일 오전 9시6분께. 황소 8마리를 실은 1호 트럭이 잠시 판문점 군사분계선에 멈춰 섰다가 북측으로 넘어갔다. 소 500마리를 실은 트럭 50대가 군사분계선을 모두 넘은 것은 오전 9시21분께. 이어 오전 10시 정각에 정주영(1915∼2001)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민간인이 판문점을 통과해 북한 땅을 밟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폐쇄 국가 북한의 빗장을 열어젖힌 '소떼 방북'은 지구촌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CNN은 1차 방북 장면을 생중계했고, 세계적인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20세기 최후의 전위예술"이라고 표현했다.
소떼 방북에는 정 회장 개인의 사연이 담겨 있었다. 17살 때 북한 지역인 강원도 통천군 답전면 아산리의 고향집에서 부친이 소를 판 돈 70원을 들고 상경한 적이 있었기 때문. 정 회장은 "이제 그 한 마리가 천마리의 소가 되어 그 빚을 갚으러 꿈에 그리던 고향산천을 찾아간다"고 감격해했다.
소 500마리는 실제로는 500마리가 아니었다. 정 회장의 지시로 암소 중 100여마리는 새끼를 밴 상태였다. 같은해 10월 27일 방북할 때에는 소 501마리를 끌고 갔다. '1천'마리가 아니라 '1천1'마리로 정한 것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한다'는 상징적 의미와 남북통일의 초석이 되겠다는 의지를 함께 넣은 것이었다. 정 회장은 2차 소떼 방북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같은해 11월 18일 금강호를 출항시켰다.
▲오늘의 소사(小史)
- 1592년 = 이순신 장군, 옥포해전 승전
- 1966년 = 장창선, 세계 레슬링 선수권대회 금메달
- 1968년 = 시인 김수영, 교통사고사
- 1972년 = 제1회 전국 소년체전 개막
- 1976년 =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웨토 봉기
- 1981년 = 정부, 해외여행 자유화 계획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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