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구천재' 김행직 "당구를 즐기는 사람,그게 최종목표"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11 11: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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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 3쿠션 역대 최연소 한국 랭킹 1위


<인터뷰> '당구천재' 김행직 "당구를 즐기는 사람,그게 최종목표"

당구 3쿠션 역대 최연소 한국 랭킹 1위



(인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역대 최연소 국내 랭킹 1위에 오른 김행직(23·전남당구연맹)에게는 '당구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30대 후반의 내로라하는 선배들을 제치고 만 23세의 나이로 최연소 한국 랭킹 1위에 오른 그의 성취를 설명하기에는 '천재'라는 표현 외에는 사실 다른 말을 찾기 어렵다.

김행직은 지난 4월 초 이집트 룩소르 3쿠션 준우승을 차지하며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과시했다.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딕 야스퍼스(50·네덜란드)는 50대, 공동 3위에 오른 토브욘 블롬달(53·스웨덴)과 다니엘 산체스(41·스페인) 역시 김행직보다는 한 세대 위 선배다.

지난 10일 저녁 인천 작전동에서 김행직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김행직 당구클럽'에서 그를 만났다. 김행직은 이곳에서 일도 거들고, 찾아오는 손님들과도 기꺼이 게임에 응해주고 있었다. 보통 프로 선수들이 일반인들과 게임을 하는 것을 피하는 것과는 달랐다.

김행직은 '재야의 고수'들과 함께 게임을 하다 보면 질 때도 잦다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연습도 된다"며 웃었다.

그는 사람들이 말하는 '당구 천재'라는 표현이 자신과는 맞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1주일을 안쳐도, 혹은 보름을 안쳐도 똑같이 실력을 내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하루 이틀, 2~3일만 안쳐도 초보자가 돼요. 시합이라는 게 항상 강자만 이기는 건 아니잖아요. 이름값으로만 따지면 세계적인 선수들이 수십 년 동안 계속 우승해야 하는 게 맞겠죠. 하지만 강자가 못할 수도 있고 약자가 잘할 수도 있는 게 시합인 것 같아요."

김행직은 잘 알려진 대로 초등학교 5학년 때 큐대를 잡았다. 그가 아주 어렸을 때 전북 익산에서 당구장을 운영했던 아버지가 그의 체구에 맞게 큐대를 주문 제작해줬다.

그는 자신의 몸에 꼭 맞는 큐대를 들고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어른들과 게임을 했다. 워낙 아버지가 당구를 좋아했기에 단순히 재미를 붙여보라는 정도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 3쿠션 당구 선수로 등록된 김행직은 아버지 나이뻘인 40대 성인 선수들과 시합을 하면서 지기를 수십 번.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 한 성인대회에서 첫 승을 거둔 뒤 그해 열린 제86회 전국체전 학생부 3쿠션 대회에서 우승했다.

중학교 졸업 후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당구부를 창당한 수원 매탄고에 스카우트됐다. 당구부는 있었지만 당구를 가르쳐줄 스승은 없었다. 김행직은 하루 6~8시간씩 연습에 매달리며 독학으로 당구를 배웠다.

"저는 성격이 내성적이고 낯도 많이 가려요. 그런 성격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혼자 하더라도 심심하지도 않고 외롭지도 않고 장시간 연습을 하더라도 재미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사춘기를 안 겪었던 것 같아요."

그는 "그때 혼자 했던 게 더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스스로 노하우를 터득하고 저에게 맞는 기술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시작은 늦었지만 더 높게 뛰어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누가 가르쳐줬다면 가르쳐주신 분의 능력 정도밖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 같다"며 "남이 가르쳐주는 것은 그것 하나만 알게 되지만 혼자서 하다 보면 그것보다 2~3개를 더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고교 2학년이던 2007년 한국 당구 역사상 최초로 세계주니어 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김행직은 고교 졸업 후 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선진당구 시스템을 배우고 싶어 독일로 건너가 3년 동안 머물렀다.

한국인 최초의 독일 분데스리가 1부 리그 선수로 블롬달과 같은 팀에서 뛰며 실력이 부쩍 향상된 그는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고(故) 김경률로부터 1년 반 정도 지도를 받으며 또 한 번 도약했다.

김행직은 지난달 31일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제3회 국토정중앙배 전국당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역대 최연소 국내 랭킹 1위로 올라섰다. 김경률이 갖고 있던 종전의 26세 기록을 3년이나 앞당겼다.

지난 2월 스승의 사망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던 김행직은 "살아생전에 저를 많이 챙겨주시고 아껴주셨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행직의 이름 '행직'은 바르고 곧게 자라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시합에서 상대방이 못 쳐서 이기는 것보다는 상대도 잘 치고 제가 그보다 잘 쳐서 이기는 걸 원한다"고 말할 정도로 당구 선수로서의 자세가 돋보이는 김행직은 앞으로 대성할 선수로 손꼽힌다.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어렸을 때 일찍부터 많은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라며 "상대가 잘 칠 때면 웃음이 나온다. 작년에 조재호 선배에게 큰 점수 차로 진 적이 있다. 그때 선배에게 제가 '웃으면서 잘 배웠다'고 문자로 보낸 적이 있다"고 할 정도로 그는 겸손하고 여전히 자신을 배우는 단계의 선수로 규정한다.

그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세계 랭킹 1위와 같은 그런 목표보다는 나이를 먹어서도 당구를 정말로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끝까지 지금의 마음을 잃지 않고 당구를 즐기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저의 최종적인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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