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85타!' 추락하는 골프황제 우즈, 그래도 팬은 열광
4차례 80대 타수·올해만 두번…나홀로 라운드에도 1천명 몰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주말 골프 뉴스의 중심은 투어 대회 우승자 몫이다.
하지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는 우승자 다비드 링메르트(스웨덴)보다 대회 꼴찌에 그친 타이거 우즈(40)가 더 큰 화제를 모았다.
3라운드에서 13오버파 85타를 쳐 개인 18홀 최다 타수 기록을 경신한 데 이어 4라운드에서도 2타를 더 잃어 개인 72홀 최다 타수(302타)마저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메모리얼토너먼트가 열린 오하이주 더블린의 뮤어필드빌리지골프장은 우즈가 5차례나 우승한 곳이라 이런 참사에 가까운 스코어는 더 충격적이다.
우즈가 주말 골퍼에 가까운 스코어를 적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0대 타수만도 이번이 네번째다. 78타 이상 스코어까지 합치면 13차례나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과 다른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이런 스코어가 2013년부터 부쩍 잦아졌다.
17세 때 아마추어 신분으로 초청 선수로 출전한 1993년 닛산오픈 2라운드에서 78타를 친 이후 22년 동안 13차례 78타 이상을 친 우즈가 2013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78타 이상 스코어를 적어낸 것은 모두 6차례에 이른다. 절반 가까이가 최근 3년에 몰렸다.
네차례 80대 타수 가운데 두번이 올해 벌어진 참사다. 올해는 이번 대회에 앞서 피닉스오픈 2라운드에서 82타를 쳤다. 앞선 두차례 80대 타수는 이해할만한 이유라도 있었다.
우즈가 난생처음 투어 대회에서 80대 타수를 기록한 것은 1994년 네슬레인비테이셔널 1라운드였다. 당시 80타를 친 우즈는 만18세 아마추어 선수였다.
우즈는 2002년 브리티시오픈 3라운드에서 81타를 쳐 생애 두번째 80대 타수를 적어냈다. 그때는 비바람이 워낙 거세서 80대 타수를 친 선수가 속출했다.
올해 나온 두차례 80대 타수는 경기력이 형편없었다는 것 말고는 이유가 없었다.
우즈는 작년에도 캐딜락챔피언십 2라운드와 파머스인슈런스오픈 3라운드에서 각각 79타로 망신을 당했다. 최근 2년 동안 형편없는 스코어가 몰려서 나온 셈이다.
특히 최근에 나타난 나쁜 스코어가 더 악성인 까닭은 '만회'가 안됐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우즈가 프로 선수가 된 이후 처음 80대 타수를 친 2002년 브리티시오픈 때 3라운드 81타에 이어 4라운드에서 65타를 때려냈다. 순위도 공동28위로 끌어올렸다. 브리티시오픈에 이어 출전한 뷰익오픈에서는 우승했다.
1996년 투어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78타를 쳤던 우즈는 3라운드 72타에 이어 4라운드에서 68타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올해 피닉스오픈 2라운드에서 82타를 친 우즈는 컷을 통과하지 못해 만회할 기회가 아예 없었고 명예 회복을 벼르며 출전한 파머스인슈런스에서 1라운드 도중 허리가 아파 기권했다.
마스터스에서도 '반전의 샷'은 없었고 이번 대회에서도 4라운드에서 2오버파로 부진했다. 덕분에 우즈는 난생처음 4라운드 대회에서 300타 이내 타수를 치지 못한 새로운 기록을 하나 추가했다.
우즈가 4라운드 대회에서 가장 많은 타수를 친 기록은 지금까지 2010년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셜 때 298타였다.
2주 앞으로 다가온 US오픈에서 우즈가 다시 전성기 때 기량을 되찾아 우승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에 대해 모든 전문가가 고개를 젓는 이유다.
심지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더는 투어에서 우승을 다툴 실력이 아니라면서 차라리 은퇴하라는 글도 올라온다.
우즈의 이런 추락에 대해 골프 전문가들은 저마다 진단과 해법을 내놨다.
잦은 스윙 개조와 툭하면 바뀐 스윙 코치, 체력 저하, 몸에 무리를 주는 스윙 탓에 생긴 각종 부상 등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양하면서도 대개 일치한다.
미국 유명 골프 분석가 브랜들 챔블리는 "우즈의 부진은 나이 탓이 아니다"라며 "우즈를 세계 최강으로 만든 (훈련) 방식이 이제는 우즈를 망가뜨렸다"면서 우즈가 너무 자주 코치와 스윙을 바꾼 것을 한탄했다.
그렇다면 '프로 골프 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찬사를 받는 우즈는 선수 생명이 끝난 것일까.
왕년의 골프 황제이자 메모리얼토너먼트 주최자인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만 39세이던 1979년에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우승 없는 시즌은 17년만에 처음이었다.
그는 "나도 1979년에 지금 우즈와 같았다"면서 "쇼트게임이 엉망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니클라우스는 하지만 이듬해 만 40세에 두차례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그때 나이 마흔살이면 지금 예순 살이나 다름없다. 1982년에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다퉜고 1986년 만46세의 나이로 마스터스를 제패했다.
그는 "인생에서 누구나 다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나는 내 자신을 한 걸음 물러서서 살펴보고 다시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겨냈으니 우즈도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스윙 머신'으로 불렸던 닉 팔도는 "스윙이나 몸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 것 같다"면서 "심리적인 문제로 보인다"고 진단하고 재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량 회복과 상관없이 우즈의 티켓 파워는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우즈는 현지 시간 오전 7시에 메모리얼토너먼트 4라운드 경기를 동반 플레이어, 즉 마커 없이 혼자 치렀다. 컷을 통과한 선수 71명 가운데 3라운드 성적이 최하위였기에 성적순으로 2명씩 짝을 지어 티오프한 4라운드에서 마커가 없었다.
이른 아침 혼자 경기를 도는 '꼴찌' 선수에 무려 1천여명의 관중이 몰려들었다.
우즈가 18번홀 그린에서 마지막 퍼트를 넣었을 때 그린 주변에 둘러선 팬은 여섯 겹이 넘었다.
경기를 마치자 사인을 받으려는 팬에 둘러싸인 모습은 전성기 때와 다를 바 없었다.
일요일 새벽에 일어나 골프장에 나온 팬들이 1번홀부터 따라다니자 우즈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아침 일찍 나와서 깜짝 놀랐다"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뉴욕에서 이 대회를 보러 왔다는 토머스 리는 ESPN과 인터뷰에서 "골프 하면 우즈 아니냐"면서 "우즈의 경기를 옆에서 보는 건 여전히 놀라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PGA투어에서 무려 79승을 올렸고 메이저대회에서만 14승을 거둔 우즈의 위업은 지금 아무리 경기력이 떨어졌어도 충분히 팬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 값어치가 있다는 주장이다.
우즈가 재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지만 누구도 우즈가 이렇게 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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