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약소국 지원해 지원군 만드는 블라터 회장 전략과 연계
인구 5만8천명 케이만군도에 FIFA가 축구장 지원한 이유는
협회 빌딩 및 축구장 건설 지원…2008년 이후 180만 달러
NYT, 약소국 지원해 지원군 만드는 블라터 회장 전략과 연계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인구가 5만8천 명에 불과하고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도 최하위권인 케이만군도가 어떻게 FIFA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가 됐을까?
지난 27일(현지시간) 부패 혐의로 체포된 FIFA 고위 관계자 7명 가운데 국제축구계에서 지명도가 낮은 케이만군도 출신의 제프리 웹 FIFA 집행위원회 부회장이 포함돼 있어 궁금증을 낳고 있다.
쿠바 남쪽의 작은 섬나라인 케이만군도는 조세회피처를 설립하는 나라로 널리 알려졌을 뿐 국제축구계와의 깊은 관계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케이만군도 국가대표팀의 FIFA 순위는 209개 팀 중 191위로 거의 존재감이 없다. 월드컵 본선에 한 번도 나가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FIFA는 케이만군도축구협회에 재정을 지원해 축구협회 빌딩과 2개의 축구경기장을 짓도록 하고 있다.
전체 인구(5만8천여 명)가 전부 모인다고 하더라도 상암월드컵경기장(6만6천 석)을 채울 수 없는 소국에서 진행하는 공사로는 큰 규모이다.
뉴욕타임스는 31일(현지시간) 케이만군도가 FIFA로부터 거액의 지원금을 받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소개하면서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이 17년간 철권통치를 하게 된 하나의 방법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즉 FIFA 회장의 권한을 이용해서 별볼일없는 나라에 재정지원을 하고 대신 그 나라를 지지세력으로 포섭한 사례라는 것이다.
블라터 회장은 축구민주화를 앞세워 축구 약소국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재정적으로 취약한 나라에는 축구장 건설 비용 등을 별도로 지원했다.
케이만군도는 이런 전략에 들어맞는 나라로, FIFA는 2008년 이후에만 케이만군도에 180만 달러(약 20억 원)를 지원했다.
웹이 35개 FIFA 회원국을 아우르는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회장에 당선된 2012년 이후에 케이만군도는 블라터 회장에게 더 소중한 나라가 됐다.
블라터 회장은 2013년 웹의 회장 당선 및 FIFA 집행위원 선출을 기념한 행사에서 웹이 차기 FIFA 회장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웹 회장도 뇌물을 요구하는 등 비리에서 벗어나지 않은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부패에 찌든 CONCACAF의 개혁을 주창했지만, 실제로는 전임자들의 비리를 이어갔다.
그가 CONCACAF 회장에 당선될 무렵인 2015년 5월에 2018년 및 2022년 월드컵축구대회 예선 중계권을 가진 미국의 스포츠마케팅 회사 '트래픽 스포츠 USA'에 300만 달러의 뇌물을 요구했으며 그 해 이 회사에 또 110만 달러를 달라고 했다.
웹 회장이 체포된 이후 케이만군도는 충격에 휩싸여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케이만군도의 축구발전은 물론 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한 인물이 부패 혐의로 체포되자 정부와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