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평범한 악'…홀로코스트 실무책임자 교수형
(서울=연합뉴스) "그는 개인적인 발전을 도모하는데 각별히 근면하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어떤 동기도 갖고 있지 않았다. 단지 자기가 무엇을하고 있는지 결코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실무책임자라는 이유로 1962년 6월1일 처형된 아돌프 아이히만(1906∼1962년)은 법정에서 자신은 단 한명도 직접 죽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실제로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1932년 나치당에 가입한 뒤 나치 정보부의 유대인 업무 책임자로 일한 아이히만의 일은 유럽 각지의 유대인을 폴란드 수용소로 이송하는 것이었다. 그는 총력전 상황에서 열차를 한 대라도 더 전선에 동원하려는 다른 부서와 충돌해가면서까지 빈틈없이 유대인 수송 업무를 수행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아르헨티나로 도망쳤다가 1960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체포된 아이히만. 예루살렘에서 진행된 그의 재판은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고, 아이히만이 '살인의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료적 마인드'를 지닌 사람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안겼다. 아이히만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면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지켜본 동갑내기 유대인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는 '악의 평범성에 관한 보고'라는 부제가 붙은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이 말하기의 무능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단지 열심히 일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닫기 위해서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이것이 아렌트가 내린 결론이었다.
▲오늘의 소사(小史)
- 1871년 = 신미양요
- 1950년 = 정부, 국민학교 6년 의무교육제 실시
- 1972년 = 이라크, 석유산업 국유화
- 1980년 = CNN 개국
- 1981년 =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 개점
- 1990년 = 한국, 인터넷 시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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