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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 다이노스 박민우(연합뉴스 DB) |
<프로야구> '농군패션'…그들은 왜 양말을 올려 신을까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프로야구 선수들의 패션 스타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신발을 살짝 덮을 정도로 바지를 내려 입는 스타일, 그리고 양말을 무릎 밑까지 노출해 올려 신는 일명 '농군 패션'이다.
선수들이 어떤 상황에서 바지를 내려 입고, 양말을 올려 신어야 하는지에 관한 KBO 규정은 없다.
농군 패션이 좀 더 고전적인 야구선수의 모습에 가깝지만, 최근에는 바지를 내려 입는 스타일이 대세를 이룬다.
이런 가운데서도 농군 패션을 고집하는 소수의 선수가 있다. 요즘 팀의 주전 선수 중에서 양말을 올려 신은 선수는 1∼3명 정도밖에 안 보인다.
양말이 다리에 착 달라붙어 날렵한 이미지를 풍기는 선수들이 눈에 띈다.
NC 다이노스의 박민우(22)는 '뛰기에 편해서' 농군 스타일을 지향한다.
NC의 1번 타자·2루수이자 2년 연속 50도루에 도전하는 그는 타격·수비·주루 모든 면에서 날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민우는 "그냥 바지를 입으면 뛸 때 불편하다"며 "연습할 때는 바지를 내려 입기도 하는데, 바지를 입으면 왠지 허벅지 햄스트링이 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박민우는 초등학교 때부터 양말을 올려 신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패션을 유지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LG 트윈스의 신인 내야수 박지규(24)도 "그냥 쭉 이렇게 입어왔다"며 "지금 이런 유니폼밖에 없다"며 습관적으로 농군 스타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소년·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이 보통 양말을 올려 신는 유니폼을 입는 영향이 크다.
두산 베어스의 3루수 최주환(27)은 "고등학교 때는 다 양말을 올려 신고, 2군 퓨처스리그에서도 양말을 올려 신는 문화였기 때문에 1군에 오면 무조건 바지를 내려 입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최주환은 다시 양말을 올려 신고 있다. 그는 "1군과 2군을 오가면서 양말을 올렸다 내렸다 하기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2012년부터는 지속적으로 양말을 올려 신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에게는 양말을 올려 신는 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며 웃었다.
최주환이 농군을 선택한 다른 이유도 있다. 그는 "일본 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와 가와사키 무네노리가 제 우상이다"며 "그들도 양말을 올려 신어서 나도 양말을 올렸다"고 말했다.
'거포 군단' 넥센 히어로즈에서는 드물게 내야수 윤석민(30)이 양말을 당겨 신는다.
윤석민은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입어서 편하다. 긴 바지를 입어봤는데 수비할 때 불편하더라"면서 "긴 바지를 입었을 때 동료 박병호가 '다리 짧아 보인다'고 놀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팀 이적을 계기로 농군 패션으로 변신한 선수들도 있다.
LG의 포수 최경철(35)은 "넥센에서 LG로 왔을 때부터 농군으로 입었다"고 말했다.
NC의 베테랑 이호준(39)도 2013년 NC로 옮겨온 이후 줄곧 양말을 올려 신고 있다. 그는 "이대형(케이티)이나 박민우처럼 날씬한 선수들이 입으면 멋있는데 우리는 그야말로 농군"이라며 웃었다.
그러나 이호준이 적지 않은 나이에 올 시즌 타율 0.331, 8홈런, 38타점을 기록하는 대활약을 펼치는 비결이 바로 양말에 숨어 있었다.
이호준은 "무릎 수술을 한 이후로 잘 못 뛴다. 빠르게 보이려고 양말을 올려 신고 있다"며 "바지를 내려 입으면 뭔가 느슨하게 보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잘 뛰지 못하지만, 상대에게까지 그런 모습으로 보이기 싫다는 비장한 각오가 담긴 패션이다.
이호준은 "그런 의도로 양말을 올려 신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못 내리겠다"며 "바지를 걷으면 여름에 시원하기도 하고 편하다"고 말했다.
농군 패션은 이처럼 '결연한 의지'의 상징이기도 하다.
슬럼프를 극복하고자 '초심'을 떠올리며 양말을 올리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연패에 빠진 팀의 선수들이 단체로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농군 패션으로 무장해 경기에 나서는 모습도 종종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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