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동호회가 시설 관리해 어쩔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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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닫힌 테니스장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13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의 한 테니스장 문이 굳게 닫혀있다. vodcast@yna.co.kr |
공공 체육시설 맞아?…코트 점령한 '동호회'
테니스장·족구장 등 독점…주민들은 '그림의 떡'
청주시 "동호회가 시설 관리해 어쩔수 없어"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건강'과 '운동'이 현대사회의 화두가 되면서 생활체육이 대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생활체육의 얼굴격인 배드민턴, 테니스, 족구 등은 수많은 동호인을 자랑하고 있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땀을 흘리며 건강을 다질 수 있는 것이 생활체육의 매력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치부도 존재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으로 지은 공공체육시설인 배드민턴장, 테니스장이 특정 동호회가 독점하다시피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자치단체 소유인 공공체육시설은 대부분 동호회가 관리한다. 이 때문에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고 코트를 이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들만의 코트'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고, 차라리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바꾸라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꽃재공원 내 테니스장은 생활체육 인구 저변 확대를 위해 1997년 일대 택지개발 과정에서 조성됐다.
코트는 4개면이다.
말 그대로 '공공' 시설이어서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기자가 현장을 방문한 12일 오전 테니스장의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을 관리하는 동호회가 외부인의 무단 침입을 방지하고 일부 시설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출입문을 자물쇠로 잠근 것이다.
동호인들이 게임이나 개인지도를 하지 않는 시간에 테니스장을 폐쇄해놓은 셈이다.
불과 800m 떨어진 또 다른 공공 테니스장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일반 시민으로서는 화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청주시 영운동의 신모(24·여)씨는 "어릴 때 테니스를 배워서 취미로 친구들과 자주 치곤 했다"며 "공공 테니스장인데도 문이 닫혀 있어서 일반인들은 사실상 접근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동호회 관계자는 "코트를 이용하겠다고 연락하면 언제든 문을 열어 준다"고 해명했다.
청소년들이 음주, 흡연 등 일탈장소로 사용할 수 있고, 시설물이 훼손되거나 도난당할 우려가 있어 문을 잠가놓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동호회 관계자를 불러내 닫힌 문을 열어달라고 해 코트를 사용할 이용객이 과연 몇명이나 되겠느냐는 것이 주민들의 항변이다.
회비를 모아 코트를 관리하는 동호회가 아무에게나 코트를 허락하지 않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청주시는 테니스장 등 공공체육시설을 사실상 동호회가 독점해 전유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자체 책임인 시설 관리를 동호회가 대신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인력 사정상 우리가 직접 테니스 코트를 관리할 수는 없다. 동호회에 관리를 맡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가 공공체육시설 운영 관련 주민들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필요하고 지적한다.
충북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김현주 박사는 "지역민들은 체육시설을 제대로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모든 주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호회원조차 사용 경쟁이 치열할 정도로 공공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 3일 저녁 A(54)씨가 청주시 오창읍의 한 체육관 코트 사용을 놓고 같은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인 B(46)씨와 말다툼을 하다 B씨가 휘두른 배드민턴 채에 머리를 맞고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배드민턴 코트가 넉넉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비극이었다.
지방자치단체도 생활체육 인구 급증에 따른 공공체육시설 확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도는 지난해 수립한 '충북도 생활권역별 체육시설 배치계획'에서 현재 충북의 인구를 고려할 때 수영장이나 테니스장 등 체육시설 98곳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도의 한 관계자는 "충북은 1인당 체육시설 면적이 전국 최저 수준"이라며 "늘어나는 수요를 고려해 꾸준히 체육시설을 확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부족한 체육시설 문제를 해결할 만큼 지자체의 재정이 넉넉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은 기존의 시설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살리는데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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