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메이저 연장은 '애그리거트' 대세…마스터스만 '서든데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5-12 10: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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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스챔피언십도 '애그리거트'로 변경…US오픈은 18홀 연장
△ epa04742559 Rickie Fowler of the US hits from off the sixteenth fairway in a playoff during the final round of THE PLAYERS Championship at the TPC Sawgrass Stadium Course in Ponte Vedra Beach, Florida, USA, 10 May 2015. EPA/ERIK S. LESSER

골프메이저 연장은 '애그리거트' 대세…마스터스만 '서든데스'

플레이어스챔피언십도 '애그리거트'로 변경…US오픈은 18홀 연장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프로골프대회 연장전 방식에 관심이 커졌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다소 낯선 방식의 연장전 끝에 우승자가 가려졌기 때문이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연장전 방식은 이른바 '3개홀 스코어 합산'이다. '애그리거트'(aggregate)로 불리는 이 방식은 단 1개홀 성적으로 승자를 결정짓는 '서든데스'(sudden death) 연장전이 지닌 최대 약점인 '의외성'을 줄이고자 고안됐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은 원래 연장전을 '서든데스' 방식으로 치렀다. 3개홀 합산으로 치러진 연장전은 올해가 처음이다. 3개홀 합산 연장전 규정은 작년에 도입했지만 작년에는 연장전이 열리지 않았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연장전을 '애그리거트'로 바꾼 것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의 무게감을 메이저급으로 올리려는 노력의 하나로 보인다.

메이저대회 4개 가운데 3개 대회는 1개홀 단판 승부 연장전을 채택하지 않는다.

선수들의 실력을 가장 가혹하게 테스트하는 것으로 유명한 US오픈은 연장전이 아예 18홀 스트로크플레이로 치른다.

가장 공정하고 따라서 뒷말도 없다. 18홀 스트로크플레이에서 진 선수라면 운이 나빠서 졌다는 핑계를 대기 어렵다.

하지만 18홀 연장전은 단점이 너무 많아서 US오픈 빼곤 어떤 대회도 이제는 채택하지 않는다.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건 둘째치고 연장전에 나가는 선수 뿐 아니라 대회 관계자 모두 진이 빠진다. 일정이 빡빡한 정상급 선수들이 하루 더 대회장에 머무는 것도 큰 부담이다.

게다가 대회 흥행에도 도움이 안 된다. 월요일에 두세명이 18홀 경기를 벌인다면 누가 보겠는가. 중계방송을 맡은 TV 방송사도 난감하다. 갤러리도 없고 시상식도 맥이 풀린다.

그렇지만 '서든데스' 연장전은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영예와 돈에 비해 지나치게 운에 좌우된다는 눈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보통 대회'라면 모를까 전통과 권위를 내세우는 메이저대회라면 단판 승부로 우승자를 결정지을 수 없기에 '애그리거트'로 연장전을 치르는 게 대세다.

'세상에 가장 오래된 골프 대회' 브리티시오픈도 연장전은 '애그리거트'로 바꿨다. 원래 브리티시오픈 연장전은 36홀 스트로크플레이였다. 1963년까지 무려 10차례나 36홀 연장전이 벌어졌다.

1985년까지 18홀 연장전을 치르던 브리티시오픈은 1985년부터 4개홀 스코어를 합산하는 '애그리거트'로 변경했다.

PGA챔피언십은 '서든데스'였다가 '애그리거트'로 돌아선 경우이다. 메이저대회 가운데 가장 대접을 못 받는 PGA챔피언십은 상금을 대폭 올렸을 뿐 아니라 2000년부터 연장전을 3개홀 스코어 합산 방식으로 바꿨다. 연장전 방식을 대회 권위를 높이는 방편으로 삼은 셈이다.

마스터스는 메이저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서든데스' 연장전을 고수한다. 마스터스도 원래는 36홀 연장전이었다. 그러다 18홀을 다시 치르던 연장전 방식을 1976년부터 '서든데스'로 바꿨다.

'서든데스'는 본래 '돌연사'라는 뜻이다. 어이없는 죽음이나 허망한 사망을 일컫는 말이다.

'서든데스'에서 승리하는 선수야 기분이 날아갈 듯 하겠지만 지는 선수는 억울한 심정이 들 수 밖에 없다.

올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정규 72홀에서 공동 선두에 오르고도 3개홀 '애그리거트' 연장전에서 나가떨어진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오히려 "애그리거트 방식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가르시아는 2008년 대회 때 17번홀(파3)에서 '서든데스' 연장전을 승리로 이끌어 우승 트로피를 안았던 '서든데스' 연장전 수혜자다. 새로 채택한 '애그리거트'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래도 그는 "그때 나는 연장전에서 딱 한차례 좋은 샷을 쳤을 뿐인데 우승했다"면서 "이렇게 큰 대회라면 3개홀 합산 방식의 연장전이 더 공정해 좋다"며 '애그리거트'를 찬성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4명의 전문가에게 바람직한 연장전 방식을 묻자 3명이 '애그리거트'를 꼽았다.

골프 전문 앵커 조너선 코치먼은 "애그리거트는 대회를 일요일에 마무리지으면서도 가장 공정한 방식"이라고 평가했고 골프 분석 전문가 마이클 콜린스는 "실수가 나와도 만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애그리거트가 제일 낫다"고 밝혔다. 골프 전문기자 제이슨 소벨은 "가장 공정한 18홀 연장전의 장점을 살리고 서든데스의 단점을 줄인 최상의 방식"이라고 답했다.

다만 스포츠 전문 앵커 매트 배리는 "72홀을 치렀으면 1개홀만 더 하면 된다"면서 "우승자가 결정되는 짜릿한 장면을 지루하게 기다려서는 곤란하다"고 '서든데스'를 옹호했다.

하지만 연장전에서 '속전속결'이라는 '서든데스'의 매력을 피하긴 어렵다. US오픈도 18홀 스트로크플레이 연장전으로 승자가 결정 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서든데스'에 돌입한다. 1998년 박세리의 맨발 투혼이 빛난 US여자오픈도 18홀 연장전에 이어 '서든데스'에서 승부가 결판났다.

이번에 처음 '애그리거트'를 도입한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역시 3개홀 합산 성적이 똑같은 리키 파울러와 케빈 키스너가 17번홀에서 '서든데스' 연장전을 벌였다.

4개홀 합산 '애그리거트' 연장전을 치르는 브리시티오픈에서도 2002년 대회 때는 어니 엘스와 토마스 르베가 '서든데스'를 치러 엘스가 우승했다.

메이저대회를 제외한 PGA투어 대회는 대부분 연장전을 '서든데스'로 치른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서는 US여자오픈만 '애그리거트' 연장전을 시행한다. US여자오픈은 18홀 연장을 하다가 2007년부터 3개홀 합산으로 변경했다.

한국에서는 '서든데스'가 아닌 방식으로 연장전이 열린 적이 없다. 대한골프협회는 한때 한국오픈 연장전을 3개홀 합산 '애그리거트'로 바꿔보려고 검토한 적은 있지만 여러가지 여건상 어렵다는 결론을 내 없던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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