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플레이어스챔피언십은 '17번홀과 전쟁'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5-07 11:12:29
  • -
  • +
  • 인쇄
10년 동안 평균 타수 4타 넘어…해마다 티샷 '풍덩쇼'


PGA플레이어스챔피언십은 '17번홀과 전쟁'

10년 동안 평균 타수 4타 넘어…해마다 티샷 '풍덩쇼'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가장 우승 상금이 많은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은 1977년 제4회 대회 때부터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TPC소그래스에서 열려왔다.







8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열리는 올해 대회 역시 TPC소그래스에서 개최된다.

TPC소그래스는 PGA투어가 직접 지어 운영하는 투어 사무국 '직영' 골프장이다.

'직영' 코스답게 정상급 투어 선수들의 기량을 가장 잘 측정할 수 있는 변별력을 갖췄고 갤러리의 관전과 TV 중계에 적합하게 꾸민 골프장이다.

TPC소그래스의 얼굴 격인 시그니처홀은 17번홀이다.

홀 위치에 따라 달라지지만 125∼145야드의 짧은 파3홀이다.

투어 선수라면 피칭 웨지 정도면 충분한 거리다. 하지만 17번홀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선수의 눈물과 한탄이 17번홀 그린에 배어 있다.

그린은 호수 속에 섬처럼 떠 있다. 샷이 짧아도, 길어도, 왼쪽으로 당겨쳐도, 오른쪽으로 밀려도 모두 워터 해저드 행이다. 티샷이 물에 빠지면 대개 더블보기를 적어내야 한다.

게다가 17번홀이라 타수를 만회할 여지도 없다. 최종 라운드에서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느라 긴장과 피로감이 극도로 치달았을 때 17번홀 티박스에 올라서면 눈앞에 빤히 보이는 그린이 마치 손바닥처럼 작아 보인다. 지옥의 문처럼 보인다는 선수도 있다.

바람이 불면 거리 조절이 더 어렵다. 머릿속은 거리 계산을 하느라 복잡하고 가슴은 울렁댄다.

17번홀에서는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 세계 최고의 투어 프로 선수들도 한없이 작아진다.

골프의 '신'(神)처럼 여겨지는 최정상급 선수들도 주말 골퍼와 똑같다는 인간적인 면모를 원없이 볼 수 있는 곳이 TPC소그래스의 매력이다.

TPC소그래스의 '공포'는 통계를 보면 금세 안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17번홀에서 티샷이 물에 빠진 '사건'은 525차례에 이른다.

1라운드가 179차례로 가장 많았다. 선수들이 다소 공격적으로 티샷을 때린 탓이다.

순위가 결정되는 4라운드에서도 122차례 해저드에 공이 빠졌다. 4라운드에서 이런 실수는 순위와 상금에 직격탄이다.

2008년 폴 고이도스는 17번홀에서 치른 연장전에서 티샷을 물에 집어넣고 말았다.

사실 TPC소그래스 17번홀 그린 안착률은 비슷한 거리의 파3홀 평균보다 높다.

2010년 PGA 투어 대회 전체 125∼150야드 거리의 평균 그린 안착률은 75.80%였는데, TPC소그래스 17번홀 그린 안착률은 86.48%에 이르렀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125∼150야드 파3홀 PGA투어 평균 그린 안착률보다 TPC소그래스 그린 안착률이 나빴던 시즌은 2007년 뿐이었다. 2007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때는 바람이 워낙 거세 티샷이 물에 빠진 사건도 93차례나 발생해 10년 동안 가장 많았다.





선수들이 그만큼 정교하게 치려고 애쓴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스코어는 비슷한 거리의 파3홀보다 더 나쁘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전체 PGA투어 대회에서 125∼150야드 짜리 파3홀 평균 스코어가 3.00타를 초과한 적은 한 시즌도 없었다. 반면 TPC소그래스 17번홀 평균 스코어가 3.00타 아래도 떨어진 대회는 한번도 없었다.

이런 차이는 다른 곳에서는 티샷을 실수해도 파세이브 또는 보기 정도로 끝났지만 TPC소그래스에서는 티샷을 실수하고도 파를 지킬 가능성이 거의 없고 대개 더블보기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125∼140야드 짜리 파3홀에서 그린을 놓쳤을 때 전체 PGA 투어 대회에서는 평균 타수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3.767타지만 TPC소그래스에서는 4.409타로 집계됐다.

TPC소그래스에서 가장 많은 타수를 친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은 2005년 3라운드에서 무려 12타를 적어낸 봅 트웨이이다.

트웨이는 티샷을 네번이나 물에 빠트리고 다섯번만에 그린에 볼을 올렸다. 벌타를 포함하면 9타만에 그린에 올라온 셈이다.

트웨이가 기록을 세운 2005년에는 유난히 17번홀에서 유명 선수들의 '풍덩쇼'가 많았다.

필 미켈슨은 3라운드 때 7타만에 �아웃했고 4라운드에서도 물에 빠져 2타를 잃는 등 17번홀에서 이틀 동안 6타를 까먹었다.

2라운드 한때 공동 선두에 나섰던 리 웨스트우드도 3라운드 17번홀에서 4타나 잃으며 무너졌고, 타이거 우즈와 세르히오 가르시아도 나란히 17번홀에서 두차례나 티샷을 물에 빠트렸다.

이런 17번홀에서 홀인원의 기쁨을 누린 선수는 많지 않다. 1986년 브래드 파벨이 첫 홀인원을 기록했다. 그는 1라운드 때 17번홀 홀인원을 앞세워 71타를 쳤지만 다음날 75타를 쳐 컷 탈락했다.

브라이언 클라(1991년), 프레드 커플스(1997년), 조이 신들러(1999년), 폴 에이징어(2000년), 미겔 앙헬 히메네스(2002년) 등 모두 6명의 17번홀에서 홀인원의 감격을 만끽했다.

커플스는 1999년 1라운드에서 첫 티샷을 물에 빠트린 뒤 벌타를 받고 다시 친 티샷이 홀에 곧바로 빨려 들어가는 '홀인쓰리'의 기록도 세운 바 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