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골프장, 여성과 '악연' 결정판은 여자마스터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명문 골프장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은 '여성'과 악연으로 유명하다.
1933년 문을 연 이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은 폐쇄적인 신비주의 전략으로 명성을 높여왔다. 누가 회원인지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고 어떻게 해야 회원이 될 수 있는지도 알려진 게 없다.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명 인사가 즐비하다고 소문은 났지만 회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인사는 몇 안된다. 몇몇 언론이 회원 명단 일부를 더러 보도한 적이 있지만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은 또 코스를 비회원에게 개방하는 것도 극도로 꺼린다.
회원이 아니면 사실상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칠 기회는 없다. 내로라하는 프로 선수들도 마스터스 출전권에 목을 매는 이유가 회원 아니고도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폐쇄주의는 나름대로 권위와 명성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됐지만 '금녀의 전통'은 거센 역풍을 맞아야 했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은 창립 이래 여성 회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전통을 고수했지만 여성 단체의 끈질기고 강력한 항의와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샀다.
2002년 여성 권익 운동가 마사 버크가 공개적으로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여성 차별을 문제 삼으면서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여성 회원 불가 전통은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가 됐다.
정치권의 압력과 유력한 후원자들도 등을 돌리자 결국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은 무릎을 꿇었다.
2012년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과 투자회사 레인워터의 달라 무어 부회장을 신입 회원으로 받아들였고 작년에는 버지니아 로메티 IBM 회장이 회원이 되면서 여성 회원이 세명으로 늘었다.
'여성과 싸움'에서 완패한 셈이다.
여성에 회원 가입을 허용한 것은 2006년 후티 존슨에 이어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회장에 오른 빌리 페인이 주도한 개혁과 개방 정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전통을 고수하기 위해 고집을 부린 존슨 전 회장과 달리 페인 회장은 오거스타내셔널의 이미지를 바꾸려고 여러가지 개혁을 단행했다.
마스터스를 앞두고 어린이들에게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을 개방해 골프를 체험하는 '드라이브, 칩 앤드 퍼트' 행사를 개최하는가 하면 마스터스 관람권을 사면 아동은 무료 동반할 수 있게 했다.
또 마스터스 TV 중계 때 전반 9개홀은 보여주지 않던 오랜 관행도 폐지했다.
그리고 마침내 여성 회원도 받아들였다. 마스터스와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대부분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페인 회장은 최근 새로운 도전장을 받아 들었다. 게다가 또 상대는 '여성'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스타 선수 폴라 크리머가 뜬금없이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서 여자마스터스 대회를 열자"고 공개적으로 제안한 것이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골프의 발상지이자 골프의 '성지'(聖地) 세인트앤드루스 골프링크스에서 여자브리티시오픈을 개최했고 미국골프협회(USGA)는 미국 100대 골프장 단골 1위인 파인허스트골프장에서 US오픈과 US여자오픈을 잇따라 열었으니 마스터스도 남자 대회에 이어 여자 대회도 치르면 좋겠다는 취지다.
페인 회장은 "회원들도 고작 7개월밖에 골프를 치지 못한다"면서 "여자 대회까지 여는 것은 무리"라고 거부 의사를 즉각 밝혔지만 '여자 마스터스'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LPGA투어 마이클 완 커미셔너도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이 받아들일 때까지 여자 마스터스를 열자고 끊임없이 제안하겠다"고 말해 페인 회장의 거부 의사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서 LPGA 투어가 시즌 마지막 대회를 연다면 얼마나 멋질까"라면서 "해마다 개최하는 게 어렵다면 한번이라도 열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희망을 밝혔다.
여론도 여자 마스터스 개최에 다소 우호적이다.
워싱턴포스트 골프 칼럼니스트 존 페인스테인은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은 미국 남부 지역의 무더위로 잔디가 상할 우려가 커 5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문을 닫는다"면서 "10월 중순 재개장할 때 여자 마스터스를 열면 된다"고 제안했다.
그는 10월 중순 여자 마스터스가 잘하면 PGA 투어 플레이오프 시리즈와 맞먹는 인기를 누릴 수도 있다면서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은 거액의 중계권료 수입도 챙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무리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이 개혁과 개방에 열심이라도 여자 마스터스까지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마스터스에 정통한 김원섭 2015 프레지던츠컵 상임고문은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으로서는 여자 마스터스를 열어야 할 실익이 없다"면서 "소수 회원이 자원봉사자로 나서서 치르는 게 마스터스 대회인데 이런 대회를 하나 더 개최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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