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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던 스피스 마스터스 우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침체일로' 미국 골프계 "스피스가 구세주"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최근 침체일로를 걷는 미국 골프계가 조던 스피스(미국)라는 새로운 스타 탄생에 한껏 들떴다.
미국은 세계 최대 골프 마케팅 시장이다.
골프는 특히 연간 수입이 10만 달러가 넘고 주택을 보유한 중상류층에게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골프 대회나 골프 선수 후원은 구매력 높은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마케팅에서 중요한 수단으로 꼽힌다.
그러나 미국에서 최근 골프의 인기는 쪼그라드는 추세다.
세계 최대 골프용품 업체인 테일러메이드-아디다스 골프는 매출이 28%가량 줄었다면서 사업을 축소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18세에서 30세 사이 청년층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은 최근 10년 사이에 35%나 감소했다는 통계도 있다.
골프용품 뿐 아니라 골프장 사업도 고전하고 있다.
덩달아 미국 골프 마케팅 시장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이런 골프 관련 산업의 위축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PGA 투어 전문가들은 타이거 우즈 이후 슈퍼스타가 없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는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기업 '21스포츠' 롭 프라즈마크 대표는 "타이거가 필드에서도 모습을 감추면서 팬도 골프를 떠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침체에 허덕이던 미국 골프계는 때마침 혜성처럼 등장한 마스터스 챔피언 스피스 띄우기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프라즈마크 대표는 "스피스가 골프에 새로운 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며 스피스의 등장을 반겼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피스가 타이거 우즈 이후 침체에 빠진 미국 골프를 건져냈다고 썼다.
포브스는 골프 방송 프로듀서들이 한동안 대회 때마다 우즈에 카메라를 고정시켰듯이 이제는 스피스를 따라다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ESPN 스포츠센터 앵커 매트 배리는 "이번 마스터스에서 최대 승자는 바로 '미국 골프'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의심할 여지 없는 1인자를 우리는 원하고 있는데 스피스가 딱 그런 인물"이라고 스피스를 추켜세웠다.
골프 평론가 마이클 콜린스는 "한번도 골프를 쳐보지 않은 미국 청소년들이 '저 골프 배우고 싶어요'라고 부모한테 조르게 됐다"고 말했다.
박세리가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자 수많은 '세리 키즈'가 등장한 것처럼 스피스의 마스터스 제패를 지켜본 어린이들이 골프 클럽을 손에 쥐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골프 전문 기자 봄 해리그는 "타이거 우즈처럼 어린이들이 우상으로 여길 새로운 젊은 스타 선수가 탄생했다"고 선언했다.
홍보전문 기업 리빅스의 제이슨 말로니 스포츠 부문장은 "골프는 영웅이 필요하다"면서 "스피스는 시장이 원하는 영웅이 되는 길을 걷고 있다"고 스피스가 우즈의 후계자임을 기정사실처럼 말했다.
미국 언론은 우즈가 지닌 강렬한 카리스마가 없는 스피스에 대해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착한 청년'이라며 '스피스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자폐증을 앓는 여동생 엘리(14)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내세워 '착한 청년' 스피스의 면모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게 대표적이다.
뉴욕타임스는 투어 3년차인 스피스가 동료 선수들에게 평판이 좋다고 소개했다.
겸손할 뿐 아니라 영리하면서도 배우는데 열심이고, 경쟁을 즐기면서도 좀체 화를 내지 않는 온화한 성품으로 대부분 선수들이 좋아한다고 이 신문은 '스피스 찬가'를 불렀다.
만 22세가 되기 전에 투어 대회 2승에 이어 마스터스까지 제패한 스피스에 대한 기대가 미국 골프계를 가득 메우고 있는 형국이다.
그만큼 미국 골프에 우즈의 빈자리가 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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