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훈국제중 지정취소 학생 피해 최소화 해야

이채봉 기자 / 기사승인 : 2015-04-03 15: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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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동네타임즈 이채봉기자] 지난 2013년 입시비리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훈국제중이 특성화중학교 지위를 잃고 일반 중학교로 전환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시교육청은 2일 특목고 및 특성화중학교 운영평가에서 재지정 기준점수(60점)을 넘지 못한 서울외국어고와 영훈국제중을 청문 대상학교로 확정하고 지정취소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이달 14-17일 청문을 거쳐 지정취소 여부를 결정한 뒤 최종결정권을 가진 교육부 동의룰 구하게 된다. 교육부는 50일 안에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한 차례 연기할 수 있어 이르면 6월, 늦어도 8월 말 이전에는 지정취소 여부가 결정된다. 지난 2010년 초·중등교육법령 개정으로 특수목적 학교의 재지정 평가제가 도입된 이래 재지정이 취소된 사례는 아직 없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기준점수에 미달한 자율형 사립고 8곳에 대한 지정취소를 추진하다 이에 반대하는 교육부의 협의 거부로 아예 무산된 적만 있다. 특수목적 학교의 지정취소는 지난해 자사고 사태를 겪으면서 교육부 협의에서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하게 시행령이 개정된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이 결정해도 교육부에 최종권한이 있다는 얘기다. 서울외고는 평가대상 외고들이 대부분 60점대로 낮은 점수를 받았고 점수격차도 크지 않아 실제로 지정취소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영훈국제중은 성적조작, 공금유용, 금품수수 등 '입시비리 백화점'이라는 오명을 쓰며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어 특수목적 학교 지정취소의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만만치 않다.



영훈국제중은 지난 2013년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비경제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합격했다고 해서 논란의 초점이 된 이후 입시 비리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불거져 나왔다. 그러다 검찰수사까지 받고 결국 김하주(81) 전 이사장의 지시로 특정 학부모의 자녀나 같은 법인 산하 영훈초 출신 학생들의 입학에 유리하게 성적을 조작한 것이 확인됐다. 김 전 이사장은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업무방해, 배임수재 등으로 징역 3년6월형을 확정받았다. 이번 운영평가에서 재지정 기준점수를 넘지 못한 것도 입시비리로 인한 감사지적 사례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훈국제중 측은 2년여 전 일이고 이제는 정상화됐다고 주장하지만 지정취소 결정이 내려져도 할 말이 없는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재지정 평가제의 취지가 학교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는 만큼 청문 과정에서 해당 학교가 어느정도나 개선 노력을 보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영훈국제중 측도 부족한 점을 보완해 청문에 임하겠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는 영훈국제중 지정취소 결정 과정에서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학부모나 재학생의 반발을 내세워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지정취소든 재지정이든 어느쪽으로 결정을 내리더라도 재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 학교 당국의 무능이나 재단의 비리로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있는 애먼 학생들까지 피해를 봐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일단 지난해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지정취소가 결정돼 일반 중·고교로 돌아가더라도 재학생들에게는 애초 계획된 교육과정을 보장하고 있어 재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는 마련돼 있는 셈이다. 현재 1학년은 졸업 때까지 기존 커리큘럼으로 계속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이런 변화를 감당할 수 있게 하는 더 세심한 배려와 준비가 있어야 하며, 지정취소 결정 과정에서 이 부분도 중요한 요소로 고려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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