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이채봉기자] 이란과 주요 6개국(P5+1)이 이란의 핵개발 중단과 그에 따른 단계적 제재 해제를 주요 골자로 하는 잠정합의안에 최종 합의했다고 한다.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 지역의 가장 큰 난관이었던 이란 핵문제가 군사적 해법이 아닌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이번 합의는 중동 지역의 평화와 정세 안정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잠정합의안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 따르면 이란은 앞으로 15년 동안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며 핵무기 개발물질인 우라늄의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현재 1만9천개에서 6천104개로 줄이기로 했다. 또 향후 15년간 저농축 우라늄 재고 역시 감축하는 것은 물론 우라늄 농축을 위한 신규 시설도 건설하지 않기로 했으며 25년 동안 이란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정기적 사찰과 감시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이란에 대한 제재는 단계적으로 해제될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국들이 6월 말까지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에 대한 최종 합의를 이뤄내면 이란 제재는 일단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란 핵협상이 최종 타결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이며, 섣부른 대(對)이란 경제제재 해제는 중동지역의 불안정성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합의문을 무시하고 이란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을 준비 중인 공화당 의원까지 있다고 한다. 이란 핵개발을 강력 반대해온 이스라엘은 아예 이번 합의를 "역사적 실수"라고 평가하면서 "잠정 합의안은 핵폭탄 제조가 목적인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국제적인 합법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사회에서 유대인이 가진 영향력을 고려할 때 오바마 행정부가 과연 최종 합의문을 방어해 낼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이 모두 참여한 이번 합의의 무게를 감안할 때 난관은 있겠지만 최종 협상은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이다. 그러나 북핵 협상은 이란 핵협상보다 훨씬 지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북한은 이란 핵협상 결과물과 비슷한 성격의 '제네바 합의'를 지난 1994년 체결했지만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합의를 파기한 바 있다. 이후에 나온 9·19 성명이나 2·29 합의도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이란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에 편입된 상태에서 평화적 핵이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NPT 체제 밖에서 3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해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신뢰수준은 최하로 떨어져 있다. 이런 불신감을 해소하려면 북한이 먼저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소속 관리는 최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먼저 핵무기를 내려놓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된 뒤에나 고려해볼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자신들의 협상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 이런 강경 입장을 밝혔을 것으로 이해는 하지만, 이는 북한에 별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나온 것은 제재가 주는 고통 때문이었다.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후 테헤란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우리도 이제 다른 나라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게 됐다"며 환호했다지 않은가. 이란 핵협상 타결이 북한 비핵화 협상으로 이어지려면 북한 당국자들이 확실한 태도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경제 제재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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