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이채봉기자] 정부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이른바 `권력형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27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제3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근절대책'을 심의해 확정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지방공무원법, 군(軍)인사법, 경찰공무원법 등 관련 법에 규정된 공무원과 군인의 당연 퇴직 사유를 현행 '금고 이상 형벌'에서 '성폭력 범죄는 벌금형 이상의 형벌'로 개정키로 했다. 즉,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군인과 경찰, 공무원 등은 벌금형만 받아도 퇴직시킨다는 것이다. 다만, 당연 퇴직이 되는 벌금형 기준을 벌금형 전체로 할지 일정 금액 이상으로 할지는 각 부처 의견을 수렴해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교원들도 국·공·사립을 막론하고 성폭력 범죄로 파면·해임되거나 형 또는 치료 감호를 선고받은 경우, 교직에서 당연 퇴직시키고 임용도 제한하는 내용으로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의 대책은 최근 군이나 대학, 공무원 사회 등에서 잇따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 및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는데 대한 국민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지금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각계각층에서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이다. 여성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그런데 특히 상하관계나 사제 관계 등 서열이 명확한 조직에서는 지위와 권력을 악용한 성범죄가 발생할 소지가 일반 조직보다 더 크다. 우리 사회는 이런 성범죄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만일 이런 종류의 성희롱이나 성폭행이 응분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법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사회는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또 결국에는 여성들의 사회 참여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것은 우리 사회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황 부총리는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처벌 강화를 천명하면서, "근원적 차원에서 양성 평등과 인권 존중 문화가 자리 잡도록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강화하고 사회 문화 전반에서 다 같이 힘을 모으자"라고 말했다. 맞는 얘기다. 강력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에 양성 평등, 인권 존중 의식이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중등 교육에서부터 이 문제를 적절하게 다뤄야 할 것이다.
최근들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로 가장 큰 물의를 빚은 조직은 군(軍)이다. 군은 상명하복(上命下服)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부하에 대한 상관의 성희롱과 성폭력이 다른 조직들보다 더 쉽게 저질러질 수 있다. 특히 여군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군내 성범죄들을 보면, 과연 우리 군이 여군을 성범죄로부터 제대로 보호할 능력이 있는 지 의문이 든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지난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군내 상급자에 의한 하급자에 대한 성 관련 사고는 정말 군을 배신하는 행위이자 아주 비열한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패가망신할 정도의 처벌이 가해져야 겠다고 생각하고 각군 총장들과 뜻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27일 성추행·성폭행 가해자는 퇴출을 원칙으로 하고 성희롱 가해자는 진급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군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여론에 비추어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만 갖고는 안 된다. 피해자들이 보복의 두려움 없이 성희롱 성폭력 신고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 가해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군 사법체계도 개혁할 필요가 있다. 군 당국은 일정 기간후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평가해, 미흡한 점이 발견되면 보완하는 작업을 계속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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