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이채봉기자]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상 처음으로 미국 상·하 양원 합동연설회장에 서게 됐다.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베 총리에게 다음 달 29일 미국 상·하원에서 합동연설을 해달라고 초청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베이너 의장은 "미국이 일본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가운데 아베 총리가 의회를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아베 총리의 연설은 미국인들이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부터 경제와 안보협력 확대 방안을 청취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미 공화당 대선후보를 지낸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은 자신을 "열렬한 아베 지지자"라고 밝히면서 "일본에서 오랜만에 처음으로 강한 지도자와 안정된 정부가 나왔다. 미국과 일본의 전략적 파트너십과 군사협력이 우수한데 매우 만족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쯤되면 미국과 일본의 신밀월(新蜜月)이라 부를만 하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당사국인 일본 정부 수반에게는 미국 민주주의의 심장인 상하원에서 연설할 기회를 줄수 없다던 미 의회가 이처럼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은 분명 미일관계의 질적 변화를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이라 할만 하다. 지난 2012년 출범한 아베 내각은 친미 일변도의 정책드라이브를 통해 동북아 지역의 기존 질서를 함께 유지하는 안보 파트너이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나가는 경제 동반자라는 인식을 미국측에 강하게 심어줬다. 이것이 미 의회의빗장을 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다. 특히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적극 참여키로 한 것은 미국 주도의 거대한 경제공동체의 출현을 가능케한다는 점에서 이번 아베 총리 방미의 최대 선물이라 할만 하다.
그러나 미일간 신밀월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혹여 아베 총리가 이번 미 의회 합동연설을 과거사 족쇄에서 벗어나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로의 지위를 공식 인정받는 자리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난징 대학살을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아베 내각이 2차대전의 주적이었던 미국과의 공식 화해를 통해 과거사 면죄부를 받아내려는 심사는 아닐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우리는 이런 우려가 기우이기를 바란다. 아베 총리는 이번 미 의회 합동연설에서 진주만 습격을 비롯해 전쟁 당시 포로와 민간인을 상대로 가했던 비인간적 행위를 공식으로 사과하고 미래지향적 미일관계를 역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 상·하원 합동연설은 미국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를 청중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전쟁 당사자인 미국만이 아니라 침략을 당했던 주변국에 대한 사과와 반성까지 포함돼야만 한다. 솔직히 그동안 오불관언 역사수정주의의 길을 고집해온 아베 총리가미 의회 연설 기회가 주어졌다고 해서 자발적으로 마음을 바꿀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미국 정부가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한미일 동맹의 공고함을 위해 아베 총리를 설득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호스트 국가인 미국에만 사과하고 주변국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회피할 경우 일본의 신군국주의화에 대한 우려는 고조될수 밖에 없으며, 동북아 정세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 역시 미국의 대일 압박이 실효를 거둘수 있도록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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