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이채봉기자] "나는 일본천황의 (러일전쟁에 대한) 선전조칙(宣戰詔勅)에 있는 것과 같이 동양의 평화를 유지하고 한국의 독립을 공고히 하여 한일청(韓日淸) 세 나라가 동맹하여 평화를 부르짖고 서로 화합하길 원한다. 이토가 있어서는 동양평화가 유지될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 일을 결행한 것이다."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뤼순감옥에서 순국한지 105주기가 되는 날이다.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고종을 강제퇴위시키는가 하면 일본 제국주의의 아시아 침략을 주도했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그를 일부 일본 인들은 '테러리스트'로 규정한다. 일본 근대화를 이끈 자신들의 지도자를 살해한 인물이니 그럴법도 하다. 그러나 안 의사가 독립의병장 시절 동료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포로로 잡힌 일본군 2명을 석방하면서 "폭행은 하나님과 사람을 모두 분노케 하는 것"이라고 한 말을 기억한다면 그가 폭력를 선호하지 않았음은 쉽게 짐작할수 있다. 오히려 그는 이토 저격 사건 재판정에서 일본인 검사가"피고가믿는 천주교에서도 사람을 죽이는 것은 죄악이 아니냐"고 묻자 "남의 나라를 탈취하고 수많은 생명을 빼앗으려는 자가 있는데도 수수방관하는 것은 더 큰 죄악이므로 나는 그 죄악을 제거한 것일 뿐"이라고 논박했다. 그러면서 안 의사는 자신의 이토 저격이 '개인적 보복'이 아니라 '동양평화'를 위해서 한 일임을 분명히했다.
그의 미완성 저작인 '동양평화론'과 법정에서의 반론문을 종합해 보면 그의 동양평화론의 요체는 한국, 중국, 일본이 서로 침략하려 하지 말고, 평화롭게 단결해 동북아의 공존공영을 이뤄나가자는 것이었다. 그는 그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아시아의 전략요충지인 뤼순을 개방해 3국 평화회의를 조직한 뒤 은행을 설립해 3국 공통화폐를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뤼순에 3국이 공동관리하는 군항을 만들고 3국 합동군단을 편성해 우방의 관념을 높이자고 제안했다. 바로 EU(유럽연합)와 같은 동북아 지역 공동체를 100여년전에 제안한 것이다. 그는 세태와 인정을 따르지 않고 오로지 침략전쟁으로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일본에 대해 "큰 탄식 한 목소리로 먼저 일본을 조상한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105년전과 지금 안팎의 상황이 꼭 같지는 않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에 드리워진 위기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 중국의 굴기, 일본의 암묵적 신군국주의 행보는 동북아의 국제질서가 크게 요동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중일간 영토 분쟁,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한일 갈등은 조금만 건드리면 터져버릴수 있는 휘발성 이슈다. 무엇보다 전세계가 인정하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창녀는 인류역사상 존재해 왔으며 위안부 여성도 특별한 부류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인하는가 하면, 심지어 침략과 식민지배의 역사마저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식으로 후안무치한 주장을 펴고 있는 아베 신조 정권의 그릇된 역사관은 역내 평화의 최대 위협요인이다.
'강한 일본'을 내세우는 아베 총리가 꿈꾸는 아시아의 평화는 무엇인가. 아베 정권은 최근 외무성과 주미·주한일본대사관 홈페이지 등에 게시한 동영상에서 "일본의 원조를 통해 아시아 각국의 발전 기초를 구축했으며 일본이 아시아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했다"며 한국의 포철 및 서울지하철 1호선 건설, 중국의 베이징∼친황다오간 철도 확충, 스리랑카 콜롬보만 확장 등을 사례로 들었다. 침략전쟁의 역사는 부정하면서 지금 아시아 각국의 번영이 일본의 지원때문에 가능했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안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가 "위로는 천왕의 선전조칙을 어기고 일본 국민을 속이면서 아시아 평화를 위협하고 있기에 저격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이토는 일본 천황과 국민을 속였다지만, 아베 총리는 전세계를 상대로 대담한 역사 왜곡 행보를 펼치고 있다. 안 의사는 '욕보동양선개정략 시과실기추회하급'(欲保東洋先改政略 時過失機追悔何及·동양을 보존하기를 바란다면 우선 침략전쟁을 버려야 한다. 때가 지나고 기회를 잃으면후회한들 무엇하랴)이라고 당시 일본 집정자들에게 경고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아베 정권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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