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노인빈곤대책 서둘러야
(서울=연합뉴스) 고령화 사회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노인(65세 이상)들은 국제적 기준에서 볼때 지극히 불안정하고 가난한 노후를 맞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생계유지를 위한 안정적 소득을 확보하기 힘든데다 국가에서 주는 연금도 이전 소득 수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5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노인의 빈곤과 연금의 소득대체율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빈곤율이 가장 높지만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하위권 수준으로 나타났다. 빈곤율은 가처분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중위 소득의 50% 이하에 속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연금의 소득대체율(Net replacement rate)은 세후기준으로 은퇴 전 개인소득과 비교해 은퇴 후 받는 연금 수령액의 수준을 의미하는 지표다.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은 상황에서 고령층 인구가 증가하고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 노인빈곤 문제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8.6%로 2위인 스위스(24%)에 비해 두배 이상 높았다. 특히 2013년 기준으로 1인 세대의 노인빈곤율은 74%에 달했다. 가족의 부양을 받지 못한채 가난과 고독, 질병에 시달리는 노인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생명 연장이 개인에게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소득 창출이 쉽지 않은 노인에게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연금의 낮은 수준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인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45.2%로 34개 OECD의 회원국 중 28위에 불과했다. OECD 회원국 평균인 65.9%와 주요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70-80%와 비교해도 한참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처럼 노인들의 최저 생계유지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인 인구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1.3%로 일본(24.1%), 독일(20.7%), 이탈리아(20.6%)에 비해 낮지만 65세 이상 인구비중의 증가 속도는 4.1%로 이스라엘, 미국과 더불어 매우 높았다.
노인들의 불안한 삶은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노인 자살률이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자녀 양육과 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붓느라 정작 자신의 노후대책을 준비하지 못했음에도 부모에 대한 부양의식이 날로 희박해지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노인들은 암울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독거노인이 생활고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목숨을 스스로 끊거나 배우자의 병수발을 하던 노인이 배우자와 함께 동반 자살을 선택하는 불행한 사건이 잇따르는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노인빈곤 현황과 기초연금의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부모 및 노인세대 부양의식은 ‘가족중심 부양책임’에서 ‘가족과 정부.사회 공동 부양책임’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정부가 급속한 고령화 추세와 노인의 빈곤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 사회에 커다란 그늘을 드리우게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는 더 늦기전에 현세대 노인들이 안정적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초연금과 같은 공적 이전 소득을 확대하는 등 강력한 소득보장제도를 확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한 노인의 체력상태에 맞는 일자리 마련과가족의 부양을 받기 힘든 사회구조에서 노인이 고립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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