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해경 헬기 추락사고

이채봉 기자 / 기사승인 : 2015-03-15 18: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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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동네타임즈=이채봉기자>  13일 저녁 전남 신안군 가거도 해상에서 응급환자를 이송하려 출동한 해경 헬기가 추락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 해경과 해군은 함정 등을 동원해 사고 해역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세월호 참사 지원활동을 마치고 복귀하던 소방 헬기가 광주 광산구에서 추락해 소방대원 5명이 숨진 사고가 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헬기 추락으로 구조·구호활동에 나선 대원들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사고가 나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사고 원인은 더 조사해봐야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정황으로 보면 야간에 짙은 해무까지 낀 기상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사고 당시 해경 헬기는 가거도 보건지소에서 맹장염 증세를 보인 남자 어린이(7)에 대한 이송요청을 받고 출동했다. 해경에 앞서 정작 먼저 이송요청이 들어간 곳은 소방당국이지만 소방당국이 기상 불안정을 이유로 출동 불가를 통보하자 해경으로 도움 요청이 간 것이다. 소방당국은 이날 완도 금일도에서도 응급환자 이송요청이 들어왔지만 기상불량을 이유로 출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헬기 출동 여부를 놓고 해경과 소방당국의 결정이 엇갈린 것은 결국 기상상황에 대한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다. 해경은 이날 가거도 해역에서 이미 응급환자를 성공적으로 이송한 사례도 있어 종합적으로 판단해 헬기 출동을 결정했다고는 하지만 불안정한 기상상황에서 안전을 한번 더 따져봤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구조활동에 나선 헬기 안전과 관련해 가거도 같은 도서지역의 열악한 이착륙 환경도 문제다. 가거도에는 헬기 이착륙장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 이착륙장이지 방파제 위 좁은 공간에 'H'자만 적혀 있을 뿐 야간에 필요한 조명이나 유도등 같은 설비는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사고 당시에도 공무원과 주민들이 경광봉 등을 들고 수신호로 헬기를 유도했다고 하는데 좋지 않은 기상상황에서 이 정도 불빛이 헬기에서 보였을지 의문이다. 섬지역이어서 긴급할 때는 헬기가 필요한데도 이착륙 환경은 열악한 곳이 가거도 뿐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이번 사고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려고 출동하는 구조대원들의 안전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국민의 긴급한 구호 요청을 받으면 다소 위험이 있더라도 달려갈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정작 구조대원들의 안전이 지켜지지 않으면 도움을 받는 국민의 안전도 보장하기 어렵다. 특히 헬기의 경우 신속한 구조에 필요한 빠른 이동이 장점이지만 위험도 따르는 만큼 운항이나 이착륙 안전조치를 더 강화할 필요도 있다. 얼마 전 소방서에 제품검사를 받지 않은 방화복이 무더기로 납품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 일이 있다. 화마와 싸워야 하는 소방관들의 목숨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방화복이 엉터리였던 것이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이들의 안전은 나라가 더 철저하게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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