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서울 경찰 운영 8개 청소년 야구단 리그 개막
경찰서에 고성 아닌 웃음꽃 만발한 까닭은
서울 양천署 청소년 야구단 면접으로 중학생들 '북적'
4월 서울 경찰 운영 8개 청소년 야구단 리그 개막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지난 11일 오후 서울 양천경찰서 별관에서는 때아닌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꽃이 만발했다.
사건 당사자들의 욕설과 고성이 일상일 수밖에 없는 경찰서에 아이들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와 웃음이 울려 퍼진 것은 이날 양천경찰서 청소년 야구단인 '양천 히어로즈' 선수 선발 면접이 열렸기 때문이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양천경찰서는 혈기왕성한 청소년이 야구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을 수 있도록 청소년 야구단을 운영하기로 하고 관내 중학교에 지난달부터 한 달간 모집 공고를 냈다.
25명을 뽑는 데 면접장에는 14개 중학교에서 무려 55명의 남학생이 찾아왔다.
학생들은 서로 떠들고 웃는 밝은 분위기에서 5명씩 진행되는 면접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학교 2학년 김윤재(14)군은 "부모님의 영향으로 야구를 좋아하게 됐는데 학교 게시판에서 모집 공고를 보고 바로 지원했다"며 "경쟁률이 2대 1이라고 들었는데 돌격한다는 마음으로 당당하게 보겠다"고 웃어 보였다.
학교 친구들과 함께 면접을 보러 온 박건우(14)군은 "아직 체력이 약한 데 합격하면 앞으로 등하굣길에 걷지 않고 뛰면서 체력을 기르겠다"며 "선수로서 경기한다고 생각하니 기대가 돼 꼭 뽑혔으면 좋겠다"고 설렌 표정을 지었다.
막내아들 이의찬(14)군과 함께 면접장을 찾은 강상희(49·여)씨는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고개를 파묻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않는다"며 "이런 아이들에게 멘토가 필요한데 경찰이 나서서 역할을 해준다고 하니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경찰은 실력이 있지만 가정환경이 어려워 야구를 포기한 학생, 한부모 자녀, 다문화가족 자녀 등을 우선 선발했다.
선발된 학생들은 야구복과 글러브, 배트 등 야구용품을 지원받고, 은퇴한 야구선수의 지도로 주 1회 연습을 하고 야구 경기에도 참가한다.
학교전담경찰관과 일대일 멘토·멘티를 맺어 진로나 인생 상담도 받는다.
면접관으로 참여한 박찬규 양천서 여성청소년과장은 "경찰 생활 28년간 학생들이 웃으며 경찰서에 온 건 처음"이라며 "신입사원 면접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느껴 감동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아이들은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고 입을 모아 말하더라"며 "예산 문제로 전부 뽑을 수는 없지만 떨어진 아이들도 '2군'으로 뽑아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경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야구단을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청소년 문화 프로그램의 하나로 광진·성동·동대문·종암경찰서에서 청소년 야구단을 만들어 운영했다.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반응이 좋자 경찰은 추가로 야구단을 꾸리기로 하고 양천·서초·송파·수서경찰서 등 서울 남부권에서 야구단을 구성하는 중이다.
경찰은 다음 달 10일 광진구 구의야구장에서 모두 8개 경찰 청소년 야구단이 참가해 '서울 경찰 청소년 야구단 발대식'을 열 계획이다.
발대식과 함께 동대문과 종암 야구단의 격돌을 시작으로 10월까지 리그전을 한다. 11월에는 프로야구처럼 1∼4위 팀끼리 포스트 시즌을 열어 우승팀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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