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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연합뉴스) 심수화 기획위원 = 골프 꿈나무 육성 '대부 조성태 해운대CC 대표. 2015.3.9 sshwa@yna.co.kr |
<사람들> 골프 꿈나무 육성 '대부' 조성태 해운대CC 사장
회원들 설득해 자투리 시간에 무료 라운드할 수 있게 배려
(부산=연합뉴스) 심수화 기획위원 = "골프가 비싼 운동인 것은 사실이지만 재능과 가능성이 있는 어린 선수들이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골프를 포기한다면 정말 억울하지 않습니까?"
부산에서 가장 쾌적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해운대컨트리클럽(부산시 기장군 정관면 소재)의 조성태(59) 사장에게는 '골프 꿈나무 육성의 대부'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회원제 골프장(27홀) 경영을 책임진 그가 초등학교·고교 골프 선수, 프로 골퍼 지망생들에게 회원이나 고객들이 운동하고 남는 자투리 시간에 골프장 시설을 활용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핸디캡 9의 실력으로 평소 골프를 즐기는 조 사장은 주위에 어려운 형편 때문에 골프를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 점을 안타깝게 여기다가 2009년부터 장인이 조성한 해운대CC의 경영을 맡으면서 꿈나무 키우기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그의 배려 덕분에 해운대CC에서는 마지막 조 손님이 티오프를 하고 나면 골프 꿈나무들이 코치나 부모와 함께 9홀 연습 라운드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당연히 그린피는 없다.
해운대CC의 이런 투자는 벌써 성과를 내고 있다.
2011년 창단한 기장군 월평초등학교 골프 선수들이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기 시작했고, 이곳에서 기량을 연마한 국가상비군 대표 정주원(19·여·동아대 태권도경호학과 1년) 선수는 2014년 말 미국에서 열린 큰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부산진여고에 적을 둔 정 선수가 미국 플로리다주 코랄 게이블즈 빌트모어 골프장에서 열린 제51회 오랜지볼 인터내셔널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세계 아마추어 랭킹 4위 리네아 스트롬(스웨덴)과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우승을 차지, 국내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대회는 타이거 우즈, 세르히오 가르시아, 케빈 나, 박지은, 강지민, 송아리, 크리스티나 김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출한 대회로 유명하다.
조 사장은 또 최근 골프 교습가 배석우 씨가 운영하는 아카데미 소속 남녀 프로 골퍼 지망생 8명이 적은 부담으로 연습 라운드(9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골퍼 지망생들이 해운대CC를 연습 라운드 장소로 선호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골프장이 도심에서 떨어져 동해바다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평균 해발 300m인 소위 '웰빙 고도'(190~410m) 산속에 위치해 집중력 배양으로 선수들의 실력을 키우는 데 안성맞춤이다.
또 해운대CC는 산악지형의 굴곡과 경사를 그대로 살렸고 2단, 3단 그린에다 긴 페어웨이, 벙커 등이 도전적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좀처럼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없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이곳의 까다로운 조건에서 기량을 닦은 선수들은 다른 골프장에서 치르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원제 골프장이어서 골프 선수들에게 연습 기회를 제공하기까지 적지 않은 난관도 있었다.
페어웨이와 그린 손상을 우려하는 일부 회원이 반발하고 나서자 조 사장은 회원들의 대표기구인 운영위원회를 통해 설득해냈다.
재능은 있으나 돈이 없어 골프를 시키지 못하는 안타까운 부모의 심정에서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꿈나무들 가운데서 제2의 최경주, 박세리, 박인비가 나온다면 얼마나 보람있는 일이냐"며 끈질긴 설득을 펼친 끝에 회원들로부터 '통 큰 양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로써 부산 인근의 여러 골프장 가운데 해운대CC에서만 유일하게 골프 꿈나무들이 무료 라운딩을 할 수 있다.
라운드 비용을 일반인에게 적용하는 그린피로 환산하면 학교(단체)나 개인에게는 연간 수천만원, 수백만원에 달한다.
조 사장은 수익 일부를 지역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골프 꿈나무 지원사업을 계속 펴나갈 계획이다.
조 사장은 또한 '감성 경영'으로 직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작년 2월 연이은 폭설로 15일가량 골프장 영업을 하지 못해 경기도우미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자 조 사장은 신청자 50여명에게 3개월 내에 상환하는 조건으로 생활비 100만원씩을 무이자로 빌려주었다.
조 사장은 "약속 대로 3개월 안에 돈을 갚지 않은 경기도우미는 단 한 사람도 없었고 이 일을 계기로 경기도우미와 골프장이 한 식구처럼 가까워졌다"며 "골프장 사업 역시 전문가를 앞세우기 이전에 결국 인간답게 경영하는 것이 최선임을 깨우쳤다"고 9일 말했다.
해운대CC는 갖가지 민원 때문에 조성되기까지 무려 10여년이나 소요된데다 과다한 은행 차입금 등으로 한때 경영이 어려웠으나 지난해 내장객이 15만3천여명에 달하는 등 고객이 급증하면서 경영 안정화를 다져 나가고 있다.
조 사장은 골프장을 찾는 고객들이 좀 더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라운드를 할 수 있게 클럽하우스를 대대적으로 고치고, 잔디 생육조건을 개선하고, 홀과 홀 사이에 차단목을 심고, 홀마다 티박스를 1개씩 늘릴 계획이다.
조 사장은 이와 함께 골프장 진입로 오른쪽에 있는 여유 부지를 활용, 40실 규모의 골프텔과 40타석 규모의 연습장(드라이빙 레인지)를 지어 아카데미를 운영할 장기 프로젝트도 구상하고 있고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대회 1개 대회를 유치해 골프장 이미지 쇄신도 꾀해 나갈 방침이다.
그는 27홀 규모인 해운대CC가 내는 재산세만 연간 25억원에 이른다며 내장객이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에서 과중한 세금 때문에 전국 많은 골프장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지노 이용객은 특소세와 재산세를 합쳐 1인당 5천원 정도의 세금을 물고 있는데 비해 골프장 이용객들은 카지노의 5배에 달하는 2만3천500원을 내는 것은 과세 형평에도 맞지 않다고 조 사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비싼 그린피 때문에 수많은 골퍼가 해외로 나가는 바람에 엄청난 국부가 유출되는 점을 관계 당국이 잘 헤아려서 과세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조 사장은 골프장경영협회가 일반과세를 요구하며 진행하는 소송 결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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