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크리켓 외교' 시동… 파키스탄 총리에게 전화
인도 외교차관 파키스탄 방문 계획 발표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와 파키스탄이 국경 문제 등으로 관계가 악화할 때 때때로 돌파구 역할을 했던 '크리켓 외교'가 다시 가동됐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3일(인도 현지시간)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호주에서 14일부터 열리는 크리켓 월드컵을 화제로 7분 가량 대화했다고 일간 힌두스탄타임스가 보도했다.
모디 총리는 파키스탄 팀의 선전을 기원했으며 샤리프 총리가 1987년 크리켓 월드컵 친선 경기에서 현재 야당 대표인 임란 칸과 한 팀으로 경기를 한 것을 소재로 농담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샤리프 총리는 웃으면서 "그런 날이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디 총리는 이어 수브라마니암 자이샨카르 외교차관을 파키스탄을 포함한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 국가를 순방시키겠다고 밝혔다. 샤리프 총리도 자이샨카르 차관의 방문을 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디 총리는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크리켓 월드컵에 참여하는 SAARC 국가들의 선전을 기원하고 자이샨카르 차관의 순방 계획을 알리는 글도 올렸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지난해 8월 국경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외교차관 회의를 개최하려 했다.
하지만, 주인도 파키스탄 대사가 잠무-카슈미르 주의 분리주의자들을 만난다는 이유로 인도는 회의를 취소했고 이후 양국 국경수비대의 국지전이 이어지면서 양국 고위급 대화는 지금까지 중단됐다.
크리켓에서 외교차관 방문으로 이어진 양국 정상의 대화를 놓고 인도 언론은 모디 총리의 '크리켓 외교'가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이 크리켓 월드컵 4강 이상에 오르면 양국 정상이 함께 호주를 방문해 경기를 참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이른 전망도 나왔다.
양국 정치인들이 국민적 인기를 끄는 크리켓을 매개로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크리켓 외교'를 펼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양국 긴장관계가 고조되면서 전쟁설마저 감돌던 1987년 지아 울-하크 당시 파키스탄 대통령이 인도 라자스탄 주를 방문해 크리켓 시합을 관람하면서 긴장을 누그러뜨렸다.
이후 2005년 4월 페르베즈 무샤라프 당시 파키스탄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해 만모한 싱 당시 인도 총리와 나란히 앉아 크리켓 경기를 관람하며 평화 분위기를 만들었고 2011년 유사프 라자 길라니 당시 파키스탄 총리도 크리켓 월드컵 준결승 참관을 위해 인도를 방문하며 대화의 물꼬를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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