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IS 응징' 프랑스와 군사공조 선언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11-19 13: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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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가 IS 격퇴 작전을 위해 시리아 인근 해역으로 출동시키겠다고 발표한 샤를 드골 핵 항공모함.ⓒ게티이미지/멀티비츠 photo@focus.kr

 

(서울=포커스뉴스) 이슬람국가(IS)의 시리아 내 거점을 겨냥해 미사일 공격과 공습을 독자적으로 개시했던 러시아가 IS의 파리 테러를 계기로 IS 응징을 위한 프랑스와의 군사공조를 선언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IS 격퇴를 위한 시리아 내 군사작전에서 지중해의 해군을 비롯한 러시아 군이 프랑스 군과 “동맹”으로서 긴밀히 협력할 것을 17일(현지시간) 지시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AFP에 따르면 인류 공동의 적인 IS에 맞서 싸우는 광범한 러시아·서방 연합 전선 구축을 추진 중인 푸틴은 IS 격퇴를 위한 러시아·프랑스 합동 군사행동 계획을 마련하라고 러시아 군에 지시했다.

 

지구촌이 IS의 잔학한 테러에 극도로 분노하고 있는 비상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핵심 회원국인 프랑스와 합동 군사작전을 벌이겠다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AFP는 이번 작전을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에 맞서 러시아가 프랑스와 함께 싸운 이래 최초의 공동 군사행동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러시아의 적극적인 대(對)서방 군사 공조 제의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조성돼 있는 신(新)냉전 구도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달 이집트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러시아 여객기가 IS에 의해 폭탄공격을 당한 데 이어 지난 13일 파리에서 IS에 의한 무차별 테러가 발생하자 러시아는 IS에 대한 국제사회의 증오심 고조를 계기로 IS 격퇴작전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서방에 의한 러시아 고립 구도를 완화해 보려고 노력해왔다.

 

러시아는 17일, 대부분 러시아인 관광객들인 승객과 승무원 224명을 태우고 운항하다 시나이 상공에서 폭발한 에어버스 A321기가 폭탄 공격으로 폭발했다고 발표하고 보복을 다짐했다.

 

같은 날 러시아는 전략 폭격기들을 보내 시리아 내 IS 거점인 라카 등지를 공습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IS 응징을 위해 자국 항공모함 ‘샤를 드골’ 호를 동지중해로 출동시킬 것이라고 발표한 상황에서 앞으로 러시아 군은 프랑스 군과 직접적인 접촉 창구를 개설하고 세부 작전에서 공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인해 미국을 위시한 서방으로부터 철저히 따돌림을 받아 왔다.

 

2014년 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한 것과, 이어 발발한 우크라이나 내전에 대한 대응으로 나토는 폴란드와 발트3국에서 각종 군사훈련을 벌이는 등 러시아를 겨냥한 무력태세를 강화해 왔다.

 

서방은 또 종래 러시아를 포함시켜 G8(주요8개국)로 열어오던 정상회담의 형식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를 빼고 G7(주요7개국)으로 축소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거나 인접한 중·동부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옛 소련 국가들과 옛 소련 위성국들)을 미국이 보호하겠다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는 지금도 친(親)서방 정부군과 친(親)러시아 반군 사이에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사망했으며 전투 종식과 휴전을 위한 프랑스, 독일,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의 외교적 담판은 좀체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냉전 이래 최악의 대치국면이 형성된 가운데 미국은 지난 6월 사상 처음 중·동부 유럽 국가들에 중화기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이 이런 조처를 취하기 직전 푸틴 대통령 입에서 핵무기를 추가 배치하겠다는 말이 나왔다.

 

나토가 냉전 종식 이래 최대 규모의 방위력 증강에 돌입했고, 미국이 중·동부 유럽에 중화기 배치를 결정한 일련의 사태는 사라졌던 냉전이 부활했음을 실감시키기에 충분했다.

 

러시아와 중·동부 유럽 지역, 정확하게 말해 실질적으로 미국 사이에 형성되고 있는 이러한 신(新)냉전 기류는 그 뿌리가 우크라이나에 있다.

 

친(親)러시아 반군 세력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맹렬히 싸우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친(親)서방 국가로 굳어져 나토에 편입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나토에는 옛 소련 소속 국가들과 위성국들로서 나토에 대항해 ‘바르샤바조약기구(WTO)’를 구성했던 옛 WTO 회원국들이 대거 신규 편입되어 현재 회원국은 모두 28개국이다.

 

러시아는 나토가 러시아를 포위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대치 국면에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마저 나토로 넘어간다면 러시아로서는 직접적인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우산 밑으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는 것이 러시아 입장에서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문제가 서방과 러시아 간에 여전히 최대 정치 쟁점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나토 국가인 프랑스를 “동맹”이라고 지칭하면서 군사적으로 돕겠다고 나선 것은 ‘파리 테러’ 응징 국면에서 러시아가 군사력 제공을 통해 서방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유화적 몸짓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송철복 국제전문위원 scottnearing@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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