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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가리 군인들이 크로아티아와의 국경에 철조망 기둥을 설치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멀티비츠 photo@focus.k |
(서울=포커스뉴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북쪽 마리아노스트라에 있는 교도소의 재소자들은 구내 공장에서 그리스에서 마케도니아로 들어가려는 난민을 차단하기 위해 두 나라 국경에 설치할 레이저와이어(날카로운 칼날 같은 것이 뾰족뾰족 붙어 있는 철선) 철조망을 제작하고 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710명이 수감돼 있는 이 교도소는 교도소 담장 위에 얹거나 국경에 울타리를 세우는 데 널리 쓰이는 레이저와이어를 생산한다.
이 교소도의 철조망 제품은, 전쟁과 배고픔을 피해 유럽으로 밀려드는 수많은 중동·아프리카 난민을 제지하고 통제할 용도로 슬로베니아와 마케도니아에 수출된다.
올해 유럽으로 들어온 난민은 대부분은 그리스를 거쳐 북상하는 경로를 택했다. 하지만 발칸반도 국가들은 지난달 전쟁지역으로 인정받는 시리아·이라크·아프가니스탄이 아닌 지역에서 오는 난민의 자국 통과를 봉쇄하기 시작했다.
이들 국가가 난민의 자국 통과에 이처럼 야박하게 구는 것은 자국 경제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헝가리는 지난 10월 세르비아·크로아티아와 면한 남쪽 국경을 따라 장벽 설치를 완료했다. 이 방면이 장벽으로 막히자 헝가리 입국을 시도하던 난민들은 슬로베니아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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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정부 관리 기오르기 바콘디는, 당초 헝가리는 자국 국경에 사용할 레이저와이어가 모자라 이를 수입해야만 했지만, 이제는 국내에서 충분히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난민이 루마니아 쪽에서 헝가리로 들어오려 시도한다면 루마니아와의 국경도 봉쇄할 수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필요하다면 우리는 이곳에서 생산된 레이저와이어로 신속하게 철조망을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헝가리 정부는 아직 루마니아와의 국경에 울타리를 설치할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바콘디는 헝가리가 마케도니아에 레이저와이어 100㎞를 공급했으며, 그 중 일부가 마리아노스트라에서 생산되었다고 말했다.
헝가리는 슬로베니아에도 레이저와이어를 수출했으며, 필요하면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철조망을 공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그리스 경찰은 지난 9일 그리스-마케도니아 국경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지내고 있던 난민 수백 명을 이동시키고 철도교통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마케도니아는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에 금속 울타리를 세웠으며 이 울타리를 국경선을 따라 40㎞ 이상 연장할 계획이다.
유럽은 지금 사상 최대 규모로 밀려드는 난민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분쟁지역인 시리아, 코소보, 에리트레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안전하고 더 나은 삶을 찾아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중에서도 특히 난민에 관대한 독일을 향해 난민이 하루에 수천 명씩 몰리고 있다.
당초 독일 정부는 올 한 해 난민 80만 명이 독일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예상치만 해도 이미 지난해의 4배다. 그런데 이런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난민이 독일에 몰렸다. 독일 내무부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난민 약 96만5000명이 독일에 입국했으며 11월에만 20만6000명이 새로 등록됐다고 밝혔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난민연구소의 알렉산더 베츠 소장은 “이번 사태는 유럽 바깥에서 오는 대규모 난민으로서는 첫 사례”라고 언론에 밝혔다.
여기서 ‘유럽 바깥에서’라는 단서가 붙는 것은, 2차 대전 때 나치의 박해를 피해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유대인이 대거 이웃 나라들로 이동했던 선례를 의식한 것이다.
베츠 소장은 이어 “EU가 공동으로 채택하고 있는 난민 제도는 이번과 같은 대규모 난민 유입 상황을 처리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었다”면서 “유럽 내에서 난민 문제는 현상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진단했다.
독일로 들어오는 난민은 일단 EU 회원국인 그리스에 입국한 다음 육로를 통해 독일로 향한다. 난민들의 목적지는 EU국가들 중에서도 부유한 독일과 스웨덴에 집중된다. 난민들이 처음 유럽 땅에 발을 디디는 그리스는 난민을 수용할 형편이 되기는커녕 제 코가 석자인 위기상황이다.
난민들이 경유지로 삼는 체코공화국,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 등도 경제형편이 좋은 편이 아니다. 따라서 최대 수백 만 원의 비용을 들여 망명길에 나선 난민들이 기왕이면 부자 나라를 최종 목적지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
자국이 적극적으로 난민을 수용할 의지도 없고 그럴 형편도 되지 않는 헝가리는 독일로 향하는 난민의 경유지이면서 유독 난민에게 야박하게 굴어왔다.
EU 국가들 중에서 헝가리가 가장 먼저 국경 장벽을 설치했다. 이제 국경 장벽용 철조망 생산에서도 앞서 가고 있는 모습이다.
송철복 국제전문위원 scottnearing@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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