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들 "금전적 손해보다 모멸감과 속았다는 생각에 힘들어"
카카오 "1% 불과" 무대책 일관…요금 결제 '카카오블랙'과 차이
![]() |
△ kakaotaxi.png |
(서울=포커스뉴스) "콜 해놓고 가보면 손님이 없는 경우가 하루에 서너번씩은 꼭 있습니다"
'카카오택시'가 첫 선을 보인지 1년4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서비스 개시 1년만에 전국 21만명의 기사회원과 800만명 이상의 승객 가입자를 거느려, 명실상부한 '국민 콜택시'가 된 카카오택시의 영업 전략은 어려운 데 있지 않다. 바로 '콜비'가 없는 무료 서비스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인기 속에는 택시기사들의 좌절이 드리워져 있다. 콜을 한 뒤 기다리지 않고 눈 앞에 보이는 다른 택시를 타는 예약부도자들, 이른바 '노쇼족'들 때문이다.
◆ 콜비 무료·기사들 간의 '콜 경쟁'…기사에게 피해로 돌아와
취재차 7월25일 오후 11시쯤 서초역 인근에서 탑승한 택시의 기사 A(54)씨는 '노쇼족'이라는 말을 꺼내자 단번에 알아들었다.
'노쇼족'은 식당에 예약을 해두고 예약시간이 돼서도 나타나지 않아 식당에 손해를 입히는 손님을 말한다. A씨는 그와 꼭 같은 승객들이 택시 이용객 중에도 참 많다며 자신이 겪었던 일을 상세히 알려줬다.
A씨는 지난 주 금요일 밤 11시 동대문 쇼핑센터 인근에서 카카오택시 '콜' 알람이 왔다. 종로쪽에서 손님을 태우라는 콜이었다.
동대문에서도 손님을 태울 수 있지만, 종로쪽에 직장인 승객이 많고 직장인을 태우면 비교적 먼 거리를 운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A씨는 콜을 받았다.
카카오택시 콜이 오면 운행의 출발지와 도착지가 기사의 스마트폰에 표시된다. 하지만 콜을 동시에 받는 기사들이 경쟁적으로 콜을 받으려 하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자세히 확인할 겨를이 없다.
게다가 올해 54세인 A씨는 스마트폰을 젊은 사람만큼 능수능란하게 다루지 못한다. A씨는 초단위를 다투는 '콜 경쟁'에서 도착지를 확인할 새도 없이 우선 종로3가로 향했다.
금요일 밤의 종로3가는 '택시 잡기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그 한 가운데에서 A씨는 택시를 세웠다. 차를 세우자마자 택시를 잡으려고 도로 위까지 나와있는 사람들이 목적지를 외치며 택시에 다가왔다.
기사가 콜을 받고도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거나 기사 쪽에서 콜을 받은 후 '취소'를 하면 카카오에 의해 승차거부로 인정된다. 승차거부는 벌점으로 처리돼, 후에 콜을 받는 것에 불리해질 수 있다고 한다. A씨는 타려는 손님에게 "예약된 차"라고 말하며 한동안 콜을 한 손님을 기다린다.
5분이 지나도 콜 손님이 나타나지 않자 A씨는 카카오택시 기사용 애플리케이션에 표시된 손님의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손님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5분을 더 기다리며 몇 차례 다시 전화를 걸어도 손님은 나타나지도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A씨는 "그런 일이 하루에 서너번은 꼭 있다"며 말을 이었다. A씨는 "약속장소로 가는 동안에 손님이 먼저 '취소'를 누르는 경우도 있지만, 그마저도 하지 않고 다른 택시를 타고 가버리는 손님도 많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과적으로 기사에게 손해가 되지 않냐는 당연한 질문에 A씨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콜 장소로 가는 중에 다른 손님을 태울 수도 없는데, 결국 시간도 돈도 연료도 고스란히 기사의 손해"라 말했다.
27일 오후 5시, 기자는 종로구 안국역에서 카카오택시를 통해 또 한 대의 택시를 탔다. 기사 B(51)씨는 승객에게 억울한 신고를 당한 적도 있다고 했다.
B씨는 "콜이 올 때 직선 거리 상으로는 가까울지 몰라도 사실은 반대차선 쪽에 승객이 있을 때도 있다"며 "그런 경우에는 유턴을 해야 하는데, 콜을 받고 유턴을 하려고 약속장소에서 조금 멀어진 것을 승객이 승차거부라고 생각해 신고한 후 취소해버렸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 "돈보다 기사들의 모멸감이 더 큰 문제"
서울개인택시조합 본부의 기획실 관계자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쇼족이나 억울한 신고로 인해 기사들의 입는 금전적 손해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큰 문제"라 지적했다.
승객의 콜을 받아 그 자리에 가기까지 승객과 기사 사이에는 일종의 '약속'이 성립되는 것인데, 승객들이 이를 너무 가볍게 여긴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개인택시조합이 콜 센터를 따로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카카오 쪽에 '노쇼족'에 대한 대비책을 주문할 수도 없지만, 기사들이 우리 쪽으로 민원을 하는 경우가 꽤 잦다"며 말을 이었다.
"몇 천원 더 버는 게 뭐 중요한 하겠"냐며 "힘들게 일하는 기사들이 그런 승객들에게 무시받고 있다는 모멸감이나 속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 더 심각하다"며 강조했다.
택시 기사들의 볼멘소리와는 달리 카카오의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그런 경우는 약 1%에 불과한 일"이라 딱 잘라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에 의하면 기사들이 콜을 받은 장소에 갔지만 승객이 10분내로 나타나지 않았을 때, 기사의 애플리케이션에 '신고' 메뉴가 생성된다. 신고를 통해 기사가 승객에 대한 일종의 '벌점'을 매기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계자는 "벌점이 쌓인 승객이라도 이용에 제한은 없다"며 사실상 노쇼족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어 있지 않음을 자인했다.
현재 카카오에서 운영하고 있는 고급 대형 콜택시 서비스 '카카오 택시 블랙'에는 노쇼족에 대한 꽤 강력한 대책이 마련돼 있다. 기사가 콜 장소에 당도한 뒤 5~10분 후에도 승객이 나타나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승객이 등록해둔 신용카드로 기본요금을 결제하는 식이다.
관계자는 "카카오택시 서비스는 현재까지 무료 서비스이고 '블랙'과 달리 카카오가 택시를 직접 운영하는 것이기 아니기 때문에 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 없다"며 "게다가 카카오택시 서비스는 운송업으로 분류되지 않아 이용자에게 직접 돈을 부과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사진출처=카카오택시 웹사이트 캡처>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