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영국, 최대한 빨리 나가야…원하는 것만 취할 수 없어"
英 차기 총리, 메이 vs 고브 2강전…탈퇴 이끈 존슨 전 시장 불출마
(서울=포커스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결정 뒤 협상 시기와 내용 등을 놓고 영국과 EU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로 인한 갑작스러운 변화와 혼란을 우려해 '천천히 나가겠다'고 주장하는 반면, EU는 '가능한 빨리 나가야 한다'며 속도를 내자는 입장이다.
이들의 뚜렷한 입장차는 지난 28일과 29일(현지시간) 양일 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담에서도 좁혀지지 않았다.
사실상 마지막으로 EU 정상회담에 참석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관련 협상은 차기 정부에서 진행할 것이란 뜻을 고수했다.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 결정 당일(24일) '10월 총리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영국의 EU 탈퇴를 주장했던 사람들이 이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계획과 글로벌 청사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는 모양이다"고 비꼬았다. 이어 "영국의 차기 정부에선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계획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영국과 EU는 탈퇴 시기 뿐 만 아니라 탈퇴 내용을 놓고도 명확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이민자 유입은 제한하면서도, 영국의 EU 단일 시장에의 접근은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영국 국민들의 브렉시트 투표 배경에는 이주민들의 급격한 유입이 있었다"며 EU에 명시된 이동의 자유 조항에 날을 세웠다.
이에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EU 정상들은 '영국이 의무는 하지 않으면서 권리는 행사하려 한다'며 불쾌하다는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회동에서 "빵에서 건포도만 빼먹는(Rosinenpickerei) 이기적인 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영국이 원하는 것만 취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EU 상임의장을 맡은 도날드 투스크 전 폴란드 총리도 영국에 "입 맛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는(a la carte) 단일 시장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또 "27개국 EU 정상들은 영국이 단일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선 이동의 자유를 포함한 4가지 자유를 수용해야 한다는 전제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EU는 △물품 △사람 △자본 △서비스 등 총 4개에 대해 EU 지역 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있다.
영국은 국내외 혼란스러운 정국 수습을 위해 본격적인 차기 총리 선출 절차에 돌입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차기 총리 선출을 위한 보수당 대표 경선 후보자 등록이 30일 마감된 가운데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 등 총 5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보수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는 테리사 메이(59) 내무장관, 마이클 고브(49) 법무장관, 리엄 폭스(54) 전 국방장관, 스티븐 크랩(43) 고용연금장관, 안드레아 리드솜(53) 에너지부차관 등 5명이다. 브렉시트를 전면에서 이끌어 차기 총리 유력 주자로 언급됐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불출마 선언했다.
존슨 전 시장의 불출마 선언에 현지 언론은 "측근인 고브 장관의 갑작스러운 출마 선언으로 충격을 받은데다 메이 장관의 상승세가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존슨 전 런던 시장의 불출마와 고브 장관의 합류로 이번 경선은 사실상 메이 장관과 고든 장관의 2강전이 될 것으로 봤다. 특히 메이 장관은 '제2의 마가렛 대처', '제2의 철의 여인'이라고 불리며 유권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브렉시트 재투표와 EU 재가입에 대해 반대 입장이며, 영국으로의 이주에 제한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EU 잔류를 주장해온 메이 장관은 이날 기존의 입장을 전면 수정했다.
총리 유력 주자들이 모두 브렉시트 재투표 불가 의사를 밝혀 영국의 EU 잔류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영국 차기 총리는 오는 9월 9일 선출된다.(브뤼셀/벨기에=게티/포커스뉴스) 2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정상회담에 참석한 캐머린(가운데)영국 총리가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16.06.29 ⓒ게티이미지/이매진스 (브뤼셀/벨기에=게티/포커스뉴스) 지난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정상회담에서 한 언론인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이름표를 떼어 들고 있다. 2016.06.29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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