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교황, 중도우파 대통령과 대립각 세워와
아르헨티나 정부는 "두 지도자 사이 문제없다"
(서울=포커스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자선 기부금을 거부했다. 보낸 금액이 1666만6000페소(약 4억2000만 원)라는 이유다.
신약성서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숫자 '666'은 기독교 일각에서는 ‘악마의 숫자’로 불린다.
영국 가디언, 데일리메일 등의 1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정부를 통해 교육 관련 기구 '스콜라스 오쿠란테스'에 기부를 했다.
스콜라스 오쿠란테스는 교황청이 세계 모든 학교와 교육 네트워크를 연결해 하나의 교육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가톨릭 전문지 바티칸인사이더는 교황이 아르헨티나 재단 지부에 이 기부금을 되돌려주면서 추신에 "나는 666을 싫어한다"(I don’t like the 666)고 썼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교황과 아르헨 대통령 둘 사이의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에 거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르헨티나 내에서 진보적 조직을 지지해온 교황은 중도 우파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과 줄곧 정치적인 대립각을 세워왔다.
때문에 마크리 행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은 이번 교황의 기부 거부가 마크리 대통령의 서민증세 정책의 염증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마크리 행정부는 가정 전기세를 500% 인상하고 대중교통 요금을 100%로 올리는 등 노동자 계층의 주머니를 털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은 마크리 대통령의 기부가 두 지도자 사이의 관계 개선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는데 교황은 이러한 해석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익명의 아르헨티나 정부 관계자는 아르헨티나 일간지 라나시온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금액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스콜라스 오쿠란테스 본사의 지출액을 근거로 계산한 것이다. 직원 36명의 봉급과 건물의 장비 및 유지보수 비용이 포함됐다"면서 "교황이 기부금을 거절한 사실이 의아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나 말코라 아르헨티나 외교부 장관 역시 교황과 13일 만난 이후에 "교황에게 마크리 대통령을 향한 반감은 없었다"면서 "큰 이견 없이 매우 풍부하고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갔다"고 말해 대통령과 교황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선을 그었다.<바티칸/이탈리아=게티/포커스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3월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소재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성지주일 기념식에 참석했다. 성지주일은 부활제 바로 전의 주일로 예수가 수난 전 예루살렘에 들어간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2016.04.07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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