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한 편지' 현관문에 끼워놔도 처벌…'성폭력범죄처벌법'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6-14 16: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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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에선 통신매체 이용해 전달해야 처벌

주승용 의원 "처벌 안 된다니 말도 안돼…당연히 처벌 받아야"
△ 주승용.jpg

(서울=포커스뉴스) Q. 음란한 내용이 적혀있는 쪽지를 받은 A씨. 범인을 잡아 재판에 넘긴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위 질문에 대한 답변은 '어떻게 쪽지를 전달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현행법에선 '우편'으로 편지를 보낸 경우 처벌이 가능하지만 '직접' 가져다 놓은 경우엔 불가능하기 때문. 음란한 내용의 글이나 그림, 영상 등을 직접 전달하는 행위를 규정하는 법률은 현재 없다.

위 사례는 실제로 지난 3월 대법원이 다뤘던 사건이다.

당시 대법원 2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에 따라 통신매체 이용 음란혐의로 기소된 이모(47)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다시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2013년 11월~12월 경북 문경의 한 원룸에서 유사성행위 문구와 성기 그림이 담긴 편지를 여성이 살고 있는 이웃집 현관문에 여섯 차례 꽂아 놓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근거로 이씨에게 징역 1년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

이어 2심은 "이씨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징역 6월로 감형했지만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은 그대로 이수토록 명령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씨를 해당 조항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는 전화‧우편‧컴퓨터 등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음향‧글‧그림‧영상‧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토록 하는데, 이씨는 편지를 '직접' 가져다 놓았기 때문에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는 "죄형법정주의의 취지에 비춰보면 형벌 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한다"며 "직접 전달하는 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범위를 벗어난 해석"이라고 판단 근거를 밝혔다. 이씨의 잘잘못을 따질 수 있는 법률이 부재하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

판결 직후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지나치게 법 조항을 좁게 해석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처벌이 어렵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처벌 범위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씨의 행동이 잘못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법의 대원칙을 깨는 법 해석을 할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동시에 현행법의 허점이 드러난 만큼 국회에서 법 개정 등 입법 과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응답하고 나선 건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 주승용 의원은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가 대표발의한 법안에는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방법'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음향‧글‧그림‧영상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도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와 관련해 주승용 의원은 통신매체를 이용하지 않았단 이유로 처벌하지 못하는 현행법의 허점을 메우기 위해 해당 법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주 의원은 "요즘 성폭력 등 사고가 너무 많이 나고 있는데 지난번에 대법원에서 처벌이 안 된다고 하길래 말이 안 된다 싶어서 법안을 내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그것(통신매체를 이용하지 않은 음란행위)도 당연히 처벌받아야 된다"며 "미비한 현행법을 보충하려고 (발의)한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처리된다면 위 사례의 이씨도 처벌대상이 된다. 법률에 '통신매체 이용'이라고 명시해 해석에 따른 논란을 낳았던 법 적용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정리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사진출처=픽사베이>주승용 국민의당 의원. <사진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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