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을 찾기 위한 '칼퇴근법'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6-01 18: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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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산정임금제 제한·업무시간 측정 강제

"일·가정 양립, 고용창출 가능"
△ 파란 하늘 아래 출근길

정치는 우리 삶 구석구석 영향을 끼친다. 일터, 지갑, 교육, 건강… 정치인을 미워할수는 있지만, 정치에 무관심해서는 절대 안되는 이유다. 20대 국회가 공식 임기를 시작하면서 각 당과 국회의원들이 활발히 '1호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포커스뉴스>는 이들 법안 중 우리 삶, 살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활법안'을 집중 조명하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서울=포커스뉴스) "새벽에 눈을 뜨면 그날 밤까지 펼쳐질 노동 강도에 지옥에 사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김정근(33·가명)씨는 장시간 노동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김씨는 이전보다 조금 높은 연봉을 받고 최근 새 일터로 옮겼지만, 연봉이 늘어난 만큼 노동 강도도 두 배로 뛰었다. 주 4~5일 야근은 물론이고 종종 주말까지 출근해 일을 해야 했지만 추가근무에 대한 수당은 단 한 푼도 지급받지 못했다.

김씨는 뒤늦게 자신이 사측과 '포괄산정임금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눈뜨고 당한 것 같다"며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한편으론 "방법이 없다"며 자포자기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매일 아침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으로 출근한다고 했다.

김씨의 사례에서 보듯 포괄산정임금계약이란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시간외근무에 대해 매월 일정액을 제수당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하거나 기본임금에 제수당을 포함해 지급하는 임금 산정 방식이다.

사업체 입장에선 근로자들에게 추가 근무를 시켜도 시간외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유용한 제도다. 반면 근로자 입장에선 장시간 근로의 원흉이자 '저녁이 없는 삶'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관행을 시정하고자 지난 30일 국회 개원일에 맞춰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칼퇴근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칼퇴근법은 △근로기준법 제22조의 2에 임금포괄산정계약을 제한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의 업무시간을 측정, 기록하게 만들며 △이를 위반한 사업체에겐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의원은 <포커스뉴스>와의 통화에서 "내가 월급쟁이 생활을 할 때 항상 바라던 내용의 법안"이라며 "윗사람들이 퇴근 안 하면 직원들이 퇴근 못하고 눈치보는 문화가 있으니까 그런 걸 좀 없애자는 취지로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의 근로자들은 장기간의 노동에 시달리는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4년 국가별 연간 근로시간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들은 1년간 평균 2124시간을 근무, 멕시코(2228시간)와 코스타리카(2216시간)에 이어 3위를 차지해 '최장근로국가'라는 불명예를 간신히 피했다.

이찬열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려면) 만만치 않은 저항이 있을 거라고 본다"면서도 "대한민국 전체 샐러리맨들은 100% 찬성하지 않겠냐. 그걸 무기로 해서 추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그는 칼퇴근법이 통과되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전망했다. 노동시간을 단축시킴으로써 일손이 부족해진다면 기업은 인력을 신규 채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국민소득) 4만불이 되려면 일자리 창출이 우선"이라며 "일도 나눠 갖는 고용창출 면에서 (칼퇴근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서울 광화문 세종로사거리를 지나는 직장인들의 출근길. 2015.09.08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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