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지금…정치도 세월도 변했다” 딴소리
(서울=포커스뉴스) 중국에 ‘시장경제 지위(MES)‘를 줄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올 여름 유럽연합(EU) 회원국들 사이에서, 그리고 EU와 중국 사이에서 논의가 뜨거울 전망이다.
중국정부는 13일 EU에 대해 중국의 MES에 대한 EU의 세계무역기구(WTO) 의무를 지키라고 촉구했다. 중국 상무부의 이 같은 성명은 하루 전인 11일 유럽 의회가 찬성 547 반대 28 기권 77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EU가 올 연말 중국을 MES로 인정하는 것에 반대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데 이어 나왔다.
2001년 12월 11일 ‘비(非)시장경제국’ 자격으로 WTO에 가입한 중국은 WTO 가입이 그 시점으로부터 15년이 경과한 2016년 12월 11일 중국이 자동적으로 EU에 의해 MES를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중국은 당시 WTO와 체결한 가입협약을 지목한다.
하지만 WTO 가입협약을 준수해 중국을 MES로 인정하면 EU는 중국에 의한 불공정 무역관행으로부터 자체 산업들을 보호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지금 와서 딴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 산업계는 중국이 수출을 촉진하고 해외에서의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중국 경제가 여전히 국가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므로 중국에 MES를 줄지 여부를 가늠할 때 유럽 각국은 반드시 이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에 유럽의회가 중국 MES와 관련해 마련한 결의는 구속력이 없다. 하지만 중국에 MES를 줄지 안 줄지를 결정할 마감시한이 다가오면 유럽의회는 이 문제를 놓고 그 때에는 구속력 있는 표결을 해야 하며, 이 사안이 유럽의회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다시 EU 각국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확정된다. 유럽의회가 5월 중순에 일찌감치 중국 MES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놓은 것은 올해 하반기 본 표결에서도 반대하겠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중국 입장에서는 불리한 사태 전개다. 그리고 그것은 중국으로서는 강한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EU의 매몰찬 정치 행위다.
중국이 “15년만 지나면 MES를 인정하겠다고 해 놓고 지금에 와서 딴소리냐?”라고 EU에 본격적으로 항의하는 목소리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내심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것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유럽의회의 반(反)중국 결의안 채택에 즈음해 유럽의회 내에서 두 번째로 큰 정치집단인 ‘사회주의자와 민주주의자의 진보적 동맹’의 지안니 피텔라 총재는 “오늘날 현 상태로는, 그간 달성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시장경제가 아니다”면서 만약 우리가 그냥 밀고나간다면, 우리는 유럽 산업의 자살을 수행하는 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철강협회의 악셀 에거트 사무총장은 “유럽의회의 메시지는 아주 분명하게 명확하다”면서 “중국은 시장경제가 아니며 따라서 반(反)덤핑 조사 목적을 위해 그와 같이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에 MES를 인정하면 중국 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조사가 EU 쪽에 불리해진다는 이야기다.
분명히 중국의 WTO 가입시점으로부터 15년 뒤 중국에 MES를 인정하겠다고 해놓고 지금에 와서 국내정치 상황을 들먹이며 “시대가 변했다”라고 변명하는 EU에 대해 중국은 원망을 넘어 분노를 느낄 수 있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의 WTO 가입협약의 해석이다. 이 협약 15조는 중국이 불공정하게 낮은 가격으로 수출하고 있을 때, 즉 중국이 덤핑을 하고 있다는 혐의를 가늠함에 있어 회원국들이 중국을 “비(非)시장경제”로 취급하는 것을 허용한다. 덤핑을 의심받는 국가가 시장경제 지위를 가지면 불평하는 국가들은 그 나라의 수출가격을 그 나라의 국내시장 가격과 반드시 비교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과 여타 비(非)시장경제 국가들에 대해서는, 불평하는 국가들은 다른 비슷한 국가들을 비교대상으로 사용하도록 허용된다.
이 문제는 중요하다. 현재 중국만큼 자주 덤핑 혐의를 받는 나라는 없다. 현재 EU 집행위원회에서 조사 중인 덤핑사례 38건 중 28건이 중국과 관련돼 있다. WTO 규정은 덤핑 제품에 대해 회원국들이 상당히 무거운 징벌적 관세를 매기도록 허용한다. 하지만 협약 15조는, 만약 중국의 생산자들이 시장조건이 그들의 산업에 만연함을 증명할 수 있다면 그 때에는 수입하는 국가가 반드시 중국내 가격을 비교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어떤 경우에든” 비(非)시장 추정은 중국의 가입 이후 15년 만에, 즉 2016년 12월 11일 만료된다고 되어 있다.
이 대목이 참으로 묘하다. 중국은 이 구절을 MES 보증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엄격히 따지면 그 구절은 수입국들이 반(反)덤핑 목적으로 중국을 비(非)시장경제로 취급하는 권리를 자동적으로 상실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그들의 국내법에 따라 중국에 전면적인 MES를 부여하는 것과 같지 않다. 중국은 자국을 뺀 세계 3대 경제권인 EU, 미국, 일본뿐만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인도에서도 MES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실로 많은 것이 15조의 해석에 달려 있는 셈이다.
중국이 WTO에 가입했을 때 그 나라는 시장 본위의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보였다. 따라서 현재의 토론은 예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 EU 집행위는 EU가 MES 인정을 위해 정해놓은 요건 5가지 가운데 중국이 4가지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2014년 중국과의 경제관계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미국 의회의 한 기구는 많은 증인들이 “중국은 현재 시장경제가 아니며 가까운 미래에 그것이 되는 도정(道程)에 있지 않다”고 말했음을 강조했다. 유럽과 미국이 공히 중국 경제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물론 서방의 이러한 판정에는 순전한 법적 요인 외에 다른 것들이 끼어들었을 수 있다. 중국이 WTO 회원국이 된 2001년, 중국은 세계 상품 수출의 4.4%를 차지했다. 2015년 그 비율은 3배로 늘었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그것이 다른 나라의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두려움도 덩달아 커졌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지배하는 철강 산업에서 일종의 공황(恐慌)이 발생하고 있는 시점에 중국의 MES를 둔 토론이 벌어지고 있음을 중국 입장에서 불리하다.
지난해 중국은 세계 전체의 50.3%에 해당하는 철강 8억3만 톤을 생산했으며 1억1200만 톤을 수출했다. 세계 2위 생산자는 1억5500만 톤을 생산한 EU였다. 중국은 앞으로 일자리 수십 만 개를 희생시키면서 수많은 제철소를 폐쇄할 계획이지만 그래도 연간 생산과잉은 2억 톤이 넘는다. 이것은 철강 소비자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외국 철강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EU에만 철강 종사자가 32만8000명 있다.
현재 대서양 양쪽 모두에서 중국 때리기가 한창이다. 영국의 보수당 정부는 중국의 비위를 맞추느라 철강산업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을 “강간하고 있는” 중국에서 오는 수입품에 관세 45%를 부과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국내법을 바꿔 중국에 MES를 부여할 가능성을 없다. 유럽에서는 결정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영국, 네덜란드, 북유럽 국가들은 찬성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지중해 국가들은 반대다. 하지만 미국이 우려하는 대로 유럽은 결국 상업적 이득을 위해 중국에 MES를 허용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중국이라는 막강한 돈 보따리를 유럽이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Photo by ChinaFotoPress/ChinaFotoPress via Getty Images)2016.05.16 ⓒ게티이미지/이매진스 (Photo by Kevin Frayer/Getty Images)2016.05.16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우리 철강을 구하자"라고 쓴 현수막이 2016년 3월 30일 영국 웨일즈주 포트탤벗의 타타철강 제철소 앞에 내걸려 있다. 소유주인 인도 타타철강이 영국 내 제철소들을 매물로 내놓음에 따라 수천 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됐다.(Photo by Christopher Furlong/Getty Images)2016.05.16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영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2015년 10월 20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건배하고 있다.(Photo by Dominic Lipinski - WPA Pool /Getty Images)2016.05.16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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