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배척하면 대선과 동시 치러지는 총선까지 망친다”분위기
(서울=포커스뉴스) 미국 대선 예비선거에서 초반의 이변(異變)이 후반의 대세(大勢)로 굳어지면서 미국 공화당(GOP)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 곁으로 워싱턴의 GOP 엘리트들이 슬금슬금 모여들고 있다고 미국언론은 전한다.
텍사스 출신의 연방 상원 GOP 원내대표 존 코르닌은 지난 2월까지만 해도 트럼프가 후보로 지명되는 것은 GOP에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랬던 코르닌이 27일(현지시간, 이하 같음)에는 트럼프 때문에 걱정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여태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가 선거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또 “이것은 늘 있는 GOP 대 민주당, 보수 대 진보 구도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정녕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고 본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다 잘 될 것이다. 낙담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GOP 주류 가운데 “이단자” 트럼프 쪽에 줄을 서는 사람은 코르닌 혼자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두려워했고 지금도 두려워하고 있는 트럼프가 GOP의 기수(旗手)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현실을 이제 GOP 상하원 의원들이 내키지는 않지만 받아들이려 애쓰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트럼프에 저항할 것이 아니라 그를 껴안을 때가 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언론의 전언이다.
테드 크루즈를 대통령으로 밀고 있는 마크 샌포드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우리 가운데 우려를 표명했던 많은 사람이 어떤 식으로 보나 그가 최종 지명자가 되리라는 사실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27일 워싱턴에서 외교정책 연설을 한 뒤 일부 GOP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견해를 “찬미”하기까지 했다. 그 연설을 “대단히 사려 깊다”고 평가한 밥 코커 상원의원(테네시)은 “우리 직원들에게 그것은 어느 정도 반가운 변화라고 강조했다”면서 “거기에는 좋은 것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장수 GOP 상원의원 오린 해치(유타)는 28일 만약 트럼프가 지명자가 된다면 그는 트럼프를 돕기 위해 “권한 범위 내에서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되는 것에 대해 진지해진다면 그는 위대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는 위대한 일들을 했다고 기억되고 싶어 하는 영리하고 똑똑한 친구다. 그가 그런 전환을 이뤄낼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선거본부는 의회 내 지지기반 확대를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트럼프의 선임 보좌관 폴 매너포트는 28일 국회의원 공략 작전을 계속해 워싱턴 의사당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 GOP 하원의원 16명을 불러내 회동했다. 이 모임이 끝난 뒤 지난 26일 펜실베이니아 프라이머리에서 트럼프를 찍은 마이크 켈리 의원은 근래 경제계 인사들 사이에서 트럼프에 더 우호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켈리는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트럼프에 대한 더 강력한 지지가 회의석상에서 많이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많은 보수주의자들은 선뜻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지 않지만 일부는 사석에서 트럼프를 비판하고 그 지지자들을 적대시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한다. 그랬다가는 오는 11월 8일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불필요한 적을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크루즈를 지지한 라울 라브라도 하원의원(아이다호)은 27일 기자들에게 트럼프 지지자들이 쏟아내는 워싱턴 중앙정치에 관한 우려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트럼프에 표를 던지는 것을 가리켜 “이것은 의회와 GOP에 욕을 퍼붓는 한 가지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비록 트럼프 때문에 불안해할지라도 GOP 의원들이 GOP 유권자들의 뜻을 받들어 트럼프를 중심으로 단결하지 않는다면 힐러리 클린턴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음을 인식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게다가 많은 GOP 의원들은 지명 전당대회가 엉망이 되는 것이 트럼프를 선택하는 것보다 훨씬 더 GOP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임을 솔직히 두려워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분석한다.
물론 여전히 트럼프를 불안해하거나 대놓고 반대하는 GOP 의원들도 많다. 트럼프가 본선에서 클린턴에게 패해 상하원 선거에서도 GOP에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걱정이 태산인 의원들도 있다.
한때 대선에 출마했고 지금은 크루즈를 미는 린드시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그가 지명자가 되면 우리는 완패 당한다”며 “우리는 여자와 히스패닉 때문에 죽임을 당할 것이다. 선거는 (민주당의) 싹쓸이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GOP 하원의원 가운데 유권자 지지기반이 가장 취약한 편에 속하며 트럼프에 강력히 반대하는 카를로스 쿠어벨로(마이애미)는 “양당 모두가 미국인 다수가 배척하는 사람들을 지명할 예정인 것이 슬프다”고 말했다.
크루즈 지지자인 저스틴 아마쉬 하원의원(미시건)은 트럼프를 가리켜 “그의 생각 가운데 일부는 옳지만 나머지는 끔찍하다”고 말했다.
존 클라인 하원의원(미네소타)은 “확실히 그의 말투는 아무리 잘 봐 주려고 해도 성가시다”면서도 “그는 내가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나로서는 지명자를 지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외교정책 연설이 있은 뒤 GOP 하원의장 폴 라이언은 한 모임에서 대학생 당원에게서 라이언이 지지하지 않는 트럼프와 크루즈 가운데 누구에게 표를 던져야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사람을 보지 말고 정책을 보라”고 답했다. 하지만 라이언은 동료들에게 GOP 전당대회에 참석해 누가 됐든 지명자를 중심으로 단결하라고 촉구했다.
그간 중립을 지켜온 짐 조던 하원의원(오하이오)은 기자들에게 GOP 예비선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도 트럼프가 지명되면 그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초선인 게리 팔머 하원의원(앨라배마)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워싱턴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은 빅 텐트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사람들이 그 텐트를 세운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이 바로 트럼프에 투표하기 위해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임을 잊고 있다”고 말했다.도널드 트럼프가 29일 캘리포니아주 벌링에임에서 열린 캘리포니아 공화당 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6월 7일 열리는 캘리포니아 프라이머리를 준비하고 있다.(Photo by Ramin Talaie/Getty Images)2016.04.30 ⓒ게티이미지/이매진스 미국 공화당 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28일 의회에서 주례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Photo by Win McNamee/Getty Images)2016.04.30 ⓒ게티이미지/이매진스 2015년 10월 28일 콜로라도주 볼더의 콜로라도대학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공화당 후보들. 당시 모두 14명이 행사에 참여했다.(Photo by Justin Sullivan/Getty Images)2016.04.30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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