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사고 30주년…'체르노빌이 남긴 것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4-26 16: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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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사망자 수 계속 늘어날 것"

우크라이나 정부 등 정확한 피해 상황 '쉬쉬'

(서울=포커스뉴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사상 최악의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30년이 됐다.

지난 1986년 4월26일 발전 실험을 하던 원자로 4호기가 폭발했다. 폭발로 28명이 사망했으며 방사성 물질은 우크라이나는 물론 인근 벨라루스, 러시아를 오염시켰다.

폭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원자로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이다. 방사선을 많이 쐴수록 각종 암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을 앓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체르노빌 사고를 연구한 한 과학자는 "소량의 방사선일지라도 몸을 상하게 한다"며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는 건강한 어린이가 없을 정도"라고 사고의 영향을 평가했다.


◆50명에서 100만명까지…저마다 다른 피해 실태 조사

미국 USA투데이는 체르노빌 사고로 방사능 물질이 인근 지역뿐 아니라 영국까지도 날아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인체 피폭 실태를 알기 위해 많은 조사가 시행됐지만, 전문가들은 저마다 다른 결과를 내놨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2005년 발표된 '체르노빌 포럼'은 당시 피폭으로 사망한 사람은 50여명이라고 발표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원전 사고 현장을 수습했던 구급 대원 등이며, 이들 가운데 2004년까지 생존한 사람도 있었다고 이 포럼은 밝혔다.

이들은 방사선 피폭으로 최대 9000여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그린피스는 이 수치가 9만3000명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유엔·세계보건기구(WHO) 등도 체르노빌 사건의 영향을 받은 암 환자 사망자 수가 약 4000명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여기에 방사능 피폭량이 비교적 적었던 사람들도 5000명 가까이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현지 일부 의학 전문가들은 사망자 수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 과학 아카데미에 2011년 발표된 한 연구는 최악의 경우 체르노빌 사고로 100만명까지 사망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연구진은 자연 사망률과 체르노빌의 영향을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현지 임상 증거가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A wolf in a wild wood near Ukraine's Chernobyl. https://t.co/zHQxctSmD1 pic.twitter.com/6XLUBoXCvH— William Strunk, Jr. (@cdrusnret) 2016년 4월 16일



◆여전히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

최근 우크라이나 보건 당국은 체르노빌의 제한구역(반경 32㎞) 바깥에서는 '세슘-137' 등 방사능 오염 물질 수치가 낮게 검출되고 있다며 피해 상황이 가라앉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체르노빌의 방사능 물질 피해는 여전히 세계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체르노빌 원전에서 45㎞ 떨어진 한 낙농업장에서는 현지 안전 기준보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10배 많은 우유가 생산되고 있었다. 이 농가에서 생산된 우유는 치즈로 가공돼 러시아로 수출되고 있었다. 해당 가공 업체는 이 사실을 부인했다.

미국 VOA는 "체르노빌 인근 숲에서 여러 차례 화재가 발생해 방사능 구름을 만들었다"며 "방사성 물질이 가득한 구름이 유럽까지 날아가 방사능 비를 내렸을 것"이라는 캐나다의 과학자 티모시 무쏘의 주장을 전했다.

그는 "숲에 떨어진 나뭇잎이나 죽은 나무 등 땅과 접촉한 물질은 방사능 수치가 더 높다"며 이 구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벨라루스 등 피해 지역 정부는 '쉬쉬'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피해를 축소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고 지역의 어린이를 돕는 '체르노빌의 어린이' 재단 대표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체르노빌 사건이 과거의 문제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며 "체르노빌 사건으로 인한 사인이 대부분 설명이 됐으며 해가 갈수록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체르노빌 사고로 어린이 수천명이 면역 체계에 손상을 입었다며 "현실에서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당국에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USA 투데이는 사고 당시 방사성 물질 70%가 흘러갔다고 알려진 벨라루스에서는 현재 정확한 피해 상황을 알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매체는 "체르노빌 사고 때문에 아픈 사람을 알고 있다"고 말한 현지인 10여명을 만났다고 전했다.

벨라루스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체르노빌 사고의 영향을 무시하거나 축소하고 있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체르노빌 전문가 유리 반다체브스키는 벨라루스의 보건 행정을 비판해 옥살이를 했다. 벨라루스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범죄라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러시아에서는 체르노빌 관련 정보들이 대부분 기밀로 분류돼 있다. 보건 당국은 "체르노빌 사건과 관련된 공중 보건은 더 나빠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체르노빌 원전 사고 30년을 맞아 26일(현지시간) 열린 기념식에서 한 여성이 희생자 초상화 앞에 헌화를 하고 있다.(Photo by Sean Gallup/Getty Images)2016.04.26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원전 사고 당시 임시 병원으로 사용된 유치원 교실 안에 침상이 버려져 있다. (Photo by Daniel Berehulak/Getty Images)2016.04.26 ⓒ게티이미지/이매진스 방사능 오염 경고 표지판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지역에 세워져 있다. (Photo by Sean Gallup/Getty Images)2016.04.26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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