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교황 도착 전 캠프 청소‧수감자 25일 만에 샤워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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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pe Francis Visits The Greek Island Of Lesbos To Meet With Migrants |
(서울=포커스뉴스) 영국 인디펜던트 등 외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현지시간) 그리스 레스보스 섬을 방문해 터키와 유럽연합(EU)의 협정을 비판하고, 난민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한 뒤 국외 추방 위기에 놓인 난민 12명과 함께 바티칸으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교황청의 페데리코 롬바르디 대변인은 "교황은 난민들을 존중하고 환영한다는 의미로 로마로 돌아오는 항공편에 아이 여섯명을 포함한 난민 세 가족, 총 12명과 같이 탑승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행을 결정한 이들은 시리아 무슬림이며, 유럽연합(EU)과 터키가 난민송환 협약을 맺기 전에 레스보스 섬에 도착한 사람들이다.
이들 중 두 가족은 다마스쿠스에서, 한 가족은 이슬람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 국가(IS)'가 점령한 데이르 아조르 지역에서 탈출했다. 대변인은 교황청과 그리스·이탈리아 당국과도 사전에 협의를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그리스 레스보스 섬은 시리아 등에서 분쟁을 피해 유럽에 닿기 위해 터키에서 출발한 난민 보트가 첫 번째로 도착하는 지점이다. 이 섬에는 지난해에만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난민이 85만 명에서 110만 명 정도 유입됐다.
유럽연합은 최근 급증하는 난민들을 막기 위해 그리스의 난민들을 터키로 강제 송환하는 조치를 포함한 협정을 맺었다. 지난 3월20일 이후 이 협정이 발효되면서 레스보스 섬의 난민들은 터키로 강제 송환될 처지에 놓인 상태다.
가톨릭 교회는 난민 문제에 있어 EU와 반대 입장에 있다. 외신은 이번 교황의 레스보스 섬 방문을 난민 위기를 강조하기 위한 '전례없는 중재'라고 표현했다. 레스보스의 난민연대운동은 이번 교황의 방문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오전 공항에 도착해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를 만난 교황은 이후 바르톨로뮤 1세 동방 정교회 총대주교, 레로니모스 가톨릭 교회 아테네 대주교 등과 함께 레스보스 섬에서 5시간을 보냈다.
이번 방문은 1054년 서방, 동방 기독교 분파가 갈라진 이후 거의 천 년 만의 화합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 종교 지도자들은 모리아 캠프에서 난민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유럽에 닿으려 탈출을 시도하다 죽은 난민들을 위해 신의 축복을 비는 의식을 치렀다. 이후 난민 수용소로 향해 이민자와 난민들 수 백 명을 만났다.
교황은 연설에서 "저는 여러분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그리스인들은 그들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의 요구에 관대하게 응답했습니다. 우리의 고통에도 신께서 우리 곁을 떠나지 않으심에 감사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책임과 연대"를 강조하고 "난민들은 지금 그들의 미래를 덮은 불안과 공포와 불확실성의 기후" 아래 살고 있다며 "그들은 숫자이기 전에 무엇보다도 인간"이라고 덧붙였다.
국외 추방 협정이 발효된 이래 레스보스 섬에 도착하는 난민의 수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는 임시 난민 주거 시설 마련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협정 이후 도착한 난민들에 대한 생활 조건은 크게 악화되고 있으며 인권단체들도 추방 위험에 잇따라 철수하는 중이다.
교황 도착 몇 시간 전 캠프 수감자들은 그들의 투옥을 비난하며 "자유, 자유"를 외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한 관계자에 따르면 교황 일행의 방문 전, 당국은 캠프로 가는 길과 낙서가 되어 있는 벽 등을 청소하고 컨테이너와 텐트를 교체했으며 에어컨디셔너를 설치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온 자원봉사자 야곱은 "오늘 심지어 당국이 수감자들에게 새 옷과 좋은 음식을 주고 25일 만에 처음으로 샤워를 하도록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비인간적인 조건들이 (난민 캠프의) 진실"이라고 말했다.16일(현지시간)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이민자와 난민들을 만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게티이미지/이매진스 16일(현지시간)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연설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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