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계 17人의 조용한 그러나 강력한 부활…복잡해진 '文 방정식'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4-14 16: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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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호남 참패…수도권·PK '강력 부활'

풀기 어려워진 '문재인 고차방정식'
△ 무릎 꿇은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

(서울=포커스뉴스)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친노(친노무현)계 인사가 참패와 약진을 동시에 보인 결과로 나타났다.

친노가 호남에선 참패했지만 수도권·영남에선 두드러진 약진세를 보여 향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야권재편은 한층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친노, 호남서 '참패'

더불어민주당은 텃밭인 호남에서 참패했다. '야권의 심장' 광주에선 단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고, 호남 전체 의석수 28석 가운데 단 3곳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호남이 더민주에 등돌린 이유로는 호남 내 '친노 반감'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참여정부 시절 대북송금 특검과 호남 소외·홀대론,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정권' 발언 등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에 문 전 대표는 무릎을 꿇어가며 "호남이 나에 대한 지지를 거두면 정치 일선에서 은퇴하고 대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으나 호남의 민심을 되돌릴 순 없었다.

결국 친노·친문세력은 호남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다. 양향자(광주 서을)·이용빈(광산갑)·우윤근(전남 광양·곡성·구례)·백무현(전남 여수을)·한병도(전북 익산갑) 등 친노·친문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은 성난 호남 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면 국민의당은 '호남정치 복원'을 내세우며 호남 28석 가운데 무려 23석을 차지했다.


◆ 친노, 수도권·영남에서 뜨거운 부활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에서 패했지만 20대 총선에서 원내 1당으로 올라서게 된 데에는 의석수가 가장 많은 수도권과 '야권의 험지' 영남에서 선전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수도권에서는 친노계로 분류되는 전해철(안산 상록갑)·박남춘(인천 남동갑)·윤후덕(경기 파주갑)·김경협(경기 부천원미갑)·서영교(서울 중랑을) 의원 등이 다시금 국회에 입성했다.

전국 판세를 결정짓는 '캐스팅 보트' 충청권에서도 박범계(대전 서을) 의원과 '친노 좌장' 이해찬(세종) 무소속 의원 등이 다시금 금배지를 달게 됐다.

이들처럼 '재선 이상' 친노계 보다 더 주목되는 사람들이 이번 20대 친노계 초선 의원들이다. 친노계이지만 여의도에선 신인이나 다름없는 정계 인사들이 야당 지지세가 약한 곳에서 대거 당선에 이르렀다.

서울 양천갑에서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황희 당선자가 당선됐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였던 서울 은평을에선 노무현 수행비서 출신인 강병원 당선자가, 서울 노원갑에선 역시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고용진 당선인이 승리했다.

부산에선 최인호(사하갑)·박재호(남을)·전재수(북·강서갑), 경남에선 김경수(김해을) 당선인이 초선 의원으로 20대 국회에서 활동하게 된다.

참여정부와 인연이 있는 정태호(경기 고양을) 당선인은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을 꺾었고 여의도에 입성했고,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지낸 권칠승(경기 화성병) 의원도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충청권에서도 친노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참여정부 2기 시절 청와대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김종민(충남 논산·금산·계룡) 당선인은 7선에 도전하는 새누리당 중진 이인제 의원을 꺾었으며, 조승래(대전 유성갑) 당선인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 행정관 및 비서관을 역임했다.

그 외에도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영입한 '문재인 키즈' 손혜원(서울 마포을)·박주민(은평갑)·조응천(경기 남양주갑)·표창원(용인정) 당선인 등이 20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 이들은 '친문계=범친노계'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 더민주, 문재인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더민주가 '반문' 정서로 인해 호남에서 패했지만 수도권·영남에서 약진한 결과는 추후 당 내 갈등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전 대표의 위치가 더민주에겐 일종의 '딜레마'가 됐기 때문이다.

더민주 지도부는 이제까지 문 전 대표와 일정 거리를 두고 호남민심 얻기에 주력했지만 친노·친문 인사들이 대거 약진하면서 문 전 대표와 완전히 갈라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문 전 대표 측에선 '문재인의 호남 방문은 호남이 아닌 수도권·청년 등 야권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더민주는 문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혁신 문제를 놓고 문 전 대표와 진통을 겪었던 김한길 의원의 말대로 "호남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야권의 대선 주자는 있을 수가 없고, 있더라도 절대로 당선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주장은 야권 내에선 일종의 상식으로 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수도권 지원유세에 열을 올리는 문 전 대표를 두고 "(판세를) 전반적으로 고려를 했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선거에 유리한 것인지 본인이 판단을 해야 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친노의 수도권 약진이 두드러진 현재, 더민주의 '총선 후 지도체제' 구성이 그리 쉽지않은 전망이다.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이 8일 오전 광주광역시 5.18 민주항쟁 추모탑을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 하고 있다. 2016.04.08 강진형 기자 6일 오전 경기 용인 기흥구 보정동 카페거리에서 문재인(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표창원(오른쪽) 더민주 용인시정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2016.04.06 김인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조기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김종인(왼쪽)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에 앞서 문재인 대표와 함께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1.15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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