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선관위, 왜 이러나…AOA 설현도 피해자?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3-31 18: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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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독려한다며 '성행위 연상' 동영상 만들어

투표 용지 조기 인쇄, 사표 다수 양산할 듯

선관위, '음란 마귀 영상' 지적에 "재미있게 만들다보니 논란"
△ 인사말 하는 AOA 설현

(서울=포커스뉴스) 오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를 관리·감독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논란에 휩싸였다.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치러진 2012년 총선보다 더 많은 선출직을 뽑는 지방선거에서도 발생하지 않았던 황당한 사건들이 연신 터진 것이다.

선관위는 지난 3일 걸그룹 AOA의 멤버 설현을 20대 국회의원 선거 홍보대사로 위촉, 투표 독려 영상인 '설현의 아름다운 고백(화장품 편, 스마트폰 편, 엄마의 생신 편)'을 촬영해 배포했다.

각종 CF 출연 등이 말해주듯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설현이 등장한 영상이기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지만 곧바로 성차별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설현이 출연한 선관위의 투표 독려 영상의 배포 중단을 요구했다.

해당 영상에선 '화장품과 스마트폰은 꼼꼼히 고르면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유권자에게 투표하라'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또 투표를 엄마의 생신으로 비유, 바쁘다는 이유로 엄마의 생신에 참석하지 않는 여동생을 나무라는 오빠의 모습도 그려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여성이 정치·사회 문제만큼 화장품·외모를 중요시한다는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하고 있다"며 "여성의 정치, 사회적 인식을 비하하고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청년 유권자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꾸짖는 건 취업난, 주거난에 고통받는 청년세대의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선관위발(發) 영상은 이뿐이 아니다. 선관위가 제작한 또 다른 투표 독려 영상인 '못 알아들으면 최소 음란마귀'라는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내용으로 제작, 부정적인 반응이 제기되자 결국 삭제됐다.

해당 영상은 젊은 남녀의 소개팅 대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여성은 유혹할 듯한 눈빛을 보내면서 "오빠, 혹시 그거 해봤어요?"라고 묻는다. 당황하는 남성을 향해 "오빠가 지금 생각하는 그거요"라며 더 당당하게 말한다.

특히, 이어지는 장면에서 남성은 여성과 키스하는 상상을 하면서 "진짜 저랑 하고 싶으신거냐"고 묻자 여성은 "오빠와 하고 싶기는 한데 아직 그 날이 아니다"며 남자의 손을 만진다.

물론, 마지막 장면은 '4월 13일 그들의 희망이 이루어진다'며 두 사람이 함께 투표하는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제목과 내용이 투표를 독려하기 보다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 게재됐었으나 현재 사용자에 의해 삭제된 상태다.

선관위는 영상 문제뿐 아니라 '선거 개입' 의혹도 받고 있다. 선관위는 일부 지역의 투표 용지를 조기에 인쇄키로 결정,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반발에도 부딪혔다.

선관위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선거구는 30일 투표용지 인쇄를 시작했으며 31일에는 수원 팔달, 안산 단원, 남양주, 대전 서구갑을 선거구에서 다음달 1일에는 경기 의정부, 파주, 여주, 양평 선거구의 투표용지를 인쇄한다.

4월 2일에는 안산 상록, 동두천, 연천, 의왕 지역에서 4일에는 수원 장안과 영통, 안양 만안, 부천 소사, 고양 일산동구 등의 투표용지를 인쇄한다.

공직선거관리규칙 71조 2에 따르면 국회의원선거 투표용지 인쇄 시기는 후보자등록마감일 후 9일에 인쇄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20대 총선의 경우 다음달 4일부터 인쇄를 하게 돼있다.

다만 선관위는 인쇄시설의 부족 등으로 선거관리에 지장이 있을 경우 각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의결로 해당 날짜를 변경할 수 있도록 돼는 규정을 이용, 투표 용지 조기 인쇄에 나섰다.

문제는 야권이 후보 단일화 마지노선을 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다음달 4일로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인쇄를 마친 후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후보 사퇴'라는 표시를 별도로 할 수 없기에 단일화 효과가 반감된다. '선관위의 정치 개입' 시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역대 총선 최저표차는 지난 16대 총선에서 나왔던 두 표 차다. 경기 광주군 선거에서 한나라당 박혁규 후보가 새천년민주당 문학진 후보를 세 표 차로 이겼는데 이후 재검토를 거친 후 두 표차로 줄었다.

이처럼 극소수의 표로 희비가 엇갈리는 곳이 선거판인데 조기 투표용지 인쇄 결정이 수많은 사표(死票)를 유발시켜 유권자들의 선택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선관위 관계자는 31일 <포커스뉴스>와의 통화에서 "설현이 출현한 영상의 경우 여성 비하 의도로 제작한 영상이 아니고 그렇게 생각도 안하기 때문에 계속 배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선관위 관계자는 '음란마귀 영상'에 대해 곤혹스러워했다. 그는 "이미 삭제를 했다"며 "우리가 노이즈마케팅이 필요한 곳도 아닌데 업체에서 영상을 재미있게 만들다보니 논란이 일었다"고 쑥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이미 우리는 해당 영상을 다 삭제를 했는데 일부는 돌아다니는 것 같다"며 "자체적으로는 다 내렸다”고 재차 강조했다.

'투표용지 조기 인쇄 결정'에 대해선 "인쇄를 조정할 수 있다고 법이나 규칙에 다 나와있다"며 "인쇄소도 부족하고 시간, 물량 등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기에 인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표를 유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사전투표의 경우 투표용지에 '후보 사퇴'라고 명시가 된다"며 "13일 선거에선 투표소 입구에 후보자 사퇴에 대한 안내문을 붙이고 현수막도 크게 붙이기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각종 구설수에 휩싸였다. 사진은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아름다운 선거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그룹 AOA의 가수 설현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6.03.03 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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