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초대받지 못한 손님 '모슬렘'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3-30 11: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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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코앞이지만 소외받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태원동 거주 모슬렘들

강한 투표 의지 보이는 모슬렘 있지만 '정주 외국인'에 총선 투표권 없어

"우리도 용산구 주민인데…" 후보들 모슬렘 배려 정책 없는데 서운함 보이기도
△ 서울 용산구 한남동 서울 이슬람성원에서 예배하고 있는 모슬렘들

(서울=포커스뉴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중요한 행사다. 시민은 표를 행사해 자신을 대신해 대리자를 선택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선거를 가리켜 '축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국가적 축제에도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은 있다. 바로 정주(定住) 외국인들이다.

공직선거법 제15조에 따르면 외국인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총선을 코 앞에 두고 연일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오지만 4·13 총선은 외국인들에게 먼 이야기다.

모슬렘(이슬람 교도)들은 대표적인 '총선 소외자'다.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이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근처 이태원동에 모여 사는 이들은 선거철만 되면 뒷전으로 밀린다.

다른 주민들처럼 그들도 이곳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세금도 똑같이 내고 있지만 20대 총선 용산구 후보들의 공약집에서 이들을 배려한 정책은 찾을 수 없다.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다.

'용산구 후보자들 가운데 자신들을 위한 대변자는 없다'는 것에 모슬렘들은 대체로 "아쉽다"는 반응이다.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는 것까지는 이해한다는 모슬렘들이 많았지만 "최소한의 배려는 필요하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2004년 10월 입국 이후 줄곧 한남동에서 살고 있다는 람지(Ramzi yahya·32)씨는 올해로 용산구 주민 12년 차다.

한국 생활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는 그지만 "모슬렘들도 용산구 주민인데 우리를 위한 정책이 하나도 없다는 건 조금 충격"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이집트에서 왔지만 지금은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투표는 할 수 없지만 우리를 조금만 더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태원에서 스마트폰과 이슬람 전통의상을 판매하고 있는 모하마드(Mohamed Hammouda·36)씨는 이태원에서 산 지 5년 째라고 했다.

그는 "딸이 지금 4살인데 아이들을 위한 교육기관이 부족해 걱정"이라며 "모슬렘 아이들도 마음 놓고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3년 입국해 한남동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압달라(Abdallah Kenawy·23)씨는 "모슬렘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길 바란다"며 "혜택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차별받지 않기를 원하고 작은 도움이 필요할 때 손 내밀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투표권만 주어진다면 적극적으로 투표하겠다는 모슬렘도 있었다. 아리핀(Arifin·31)씨와 슈크리(Shukri·30)씨가 그 주인공이다.

2014년 한국으로 와 현재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에서 관리업무를 하고 있다는 아리핀씨는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다. 투표도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새벽 예배시간에 술을 마신 사람들이 예배당에 들어와 '테러범', '범죄자' 등 같은 소리를 하는데 그럴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평화와 자비의 종교인 이슬람교의 진짜 모습을 지역주민에게 전달해주는 사람에게 투표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견해를 밝혔다.

가스레인지 제조회사에서 일한다는 슈크리(Shukri·30)씨는 "선거가 열리는 것을 몰랐다"며 "하지만 만약에 투표할 수 있다면 굉장히 신나는 일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모슬렘들 중에는 한국 사람들과 더 많이 교류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다"며 "모슬렘들과 지역주민이 서로 소통해서 더 친해지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슬람중앙성원에서 모슬렘들이 예배를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이태원에서 사업을 하는 모하마드(36)씨와 12년째 한남동에서 살고 있는 람지(32)씨.(왼쪽부터) 장지훈 기자 이슬람 서울중앙성원 관리업무를 하는 아리핀(31)씨와 가스레인지 제조회사에서 일하는 슈크리(30)씨. (왼쪽부터) 장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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