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커스뉴스) 30대 초반의 홍콩인 짐 라이와 그레이스 라이 부부는 5개월 전 결혼했지만 각자 부모님 댁에서 따로 살고 있다. 신부 그레이스 씨는 "월급의 대부분을 집세에 쏟아붓는 친구들도 있다"며 "그렇게 시달리면서까지 독립해서 살아야 하나요?"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들 부부를 소개하며, 홍콩의 살인적인 집값이 '별거하는 신혼부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싱크탱크인 '홍콩아이디어센터'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결혼했지만 따로 사는 부부의 수는 지난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홍콩은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곳이다. 데모그라피아의 '국제 주택마련 가능성 조사 보고서'는 지난해 3분기 홍콩의 부동산 중간가격이 가구당 1년치 세전 수입의 19배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가 집값 조사를 진행해 온 12년래 가장 높은 격차였다.
국가별 생활비 비교 사이트인 넘비오닷컴에 따르면 홍콩 도심 지역에 위치한 방 3개짜리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3만7893 홍콩달러(약 568만원)였다.
FT는 성인 자녀와 부모가 함께 사는 것이 아시아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홍콩의 집값 때문에 성인 자녀와 부모의 동거가 일반적인 흐름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홍콩성시대학 어반리서치그룹의 2011년 조사 결과, 18-35세의 홍콩 젊은이 가운데 67%가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 링 홍콩성시대 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홍콩과 중국 정부 사이의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홍콩 정부가 올해 성장률을 1~2%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는 등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돈을 아끼려 부모님과 함께 살기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님과 함께 사는 젊은이들의 만족도가 95%에 달한다"며 "비싼 집세를 내지 않아도 될뿐 아니라 부모님이 집안일을 대신해주고 자신을 챙겨주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독립하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고 링 연구원은 말했다.홍콩에서 결혼해도 같이 살지 않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Photo by Chung Sung-Jun/Getty Images)2016.03.21 ⓒ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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