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회담 진행중인 가운데 러시아는 연방제 선호
![]() |
△ [그래픽] 쿠르드족 분포지역 |
(서울=포커스뉴스) 오랜 내전으로 인해 국토가 결딴나고 국민의 근 절반이 국내외에서 난민이 된 시리아에서 평화회담을 계기로 총성이 완전히 멎을 수 있을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설사 평화가 오더라도 시리아가 지리적·정치적으로 분할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형국이다.
5년 넘게 끌어온 시리아 내전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평화회담이 유엔 중재로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시리아 내 쿠르드족이 17일(현지시간) 자기들이 통제하는 시리아 북부를 사실상 연방 지역으로 선포했다고 외신이 보도하고 있다.
2011년 중동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을 계기로 발발해 정부군과 반대 무장세력 간에 지금까지 끌어오고 있는 시리아 내전은 현재 미국과 러시아의 중재로 일시 중단된 상태다. 그 형식은 ‘적대행위의 중단’이지 ‘휴전’이 아니다. 시리아 내에서 전투가 멎은 상태에서 시리아 평화과정의 내·외부 당사자들, 즉 시리아 정부, 잡다한 반대 무장세력, 미국, 러시아,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이란, 이라크, 요르단, 레바논,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아랍연맹, 유럽연합, 유엔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지난 14일 회담을 재개해 현재 열흘 일정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러시아가 “시리아를 연방처럼 분할해 각 지역에 고도의 자치를 허용하는 것이 향후 평화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시리아에 군사기지를 갖고 있는 러시아는 지난해 9월 반군의 공세에 시달리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군대를 돕겠다며 불쑥 시리아 내전에 군사적으로 개입했다. 러시아는 전투기를 대거 동원해 시리아 정부군을 강력하게 지원하고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군대를 철수했다. 푸틴은 지난 14일 “러시아 군대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철수했다”고 밝힌 데 이어 17일에는 "필요할 경우, 러시아는 수 시간 안에 시리아에 다시 군사력을 결집할 수 있다"면서 "극단주의 조직들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평화회담이 결실을 맺어 시리아에 평화가 깃들지는 앞으로 두고 볼 문제다. 미국은 “아사드가 먼저 물러가지 않으면 시리아에 평화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오래 견지해 오다 얼마 전 “아사드를 현직에 그대로 둔 채 일단 평화과정을 시작하자”는 러시아의 요구에 동의했다. 러시아는 아사드의 최종적인 운명은 시리아 사람들에게 맡기자는 입장이다. 푸틴이 러시아군을 철수한 것은 시리아 평화회담 가속화를 돕기 위한 것으로서 이를 통해 평화회담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적어도 중동에서 미국이 예전처럼 독주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푸틴의 기본 전략이다.
시리아의 운명이 강대국들에 의해 어떤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17일 쿠르드족이 불쑥 내 놓은 사실상 연방제 선포를 가리켜 시리아 정부와 시리아 반정부 세력은 헌법에 위배되며 위험한 선례를 세우는 일방적 움직임이라고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시리아 내 쿠르드족의 주된 정당인 민주동맹당(PYD)은 제네바 평화회담의 당사자에서 배제됐다. 터키가 “테러집단을 회담에 왜 끼워주냐”며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터키는 PYD와, PYD의 무장조직으로서 미국의 지원을 받아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주도하는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를 테러조직이라며 배척한다.
YPG는 최근 러시아로부터는 정치적 지지를 획득했다. 러시아는 “제네바 평화회담에 시리아 쿠르드족을 참여시키자”고 주장해 왔지만 이러한 요구는 터키의 반대를 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쿠르드족은 회담에 초청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쿠르드족은 누구인가.
2500만~3500만 명의 쿠르드족이 터키, 이라크, 시리아, 이란, 아르메니아 5개국의 국경들에 걸친 지역에 거주한다. 그들은 중동에서 4번째로 큰 민족이지만 여태까지 한 번도 나라를 가져본 적이 없다.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쿠르드족은 지역 내에서 꾸준히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그들은 터키에서 자치를 획득하기 위해 싸워 왔으며,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가 진격하는 것을 막는 데 빼어난 역할을 해 왔다.
쿠르드족은 메소포타미아 평원과 고산지대의 토착민들 중 하나다. 그들의 거주지는 현재 터키 남동부, 시리아 북동부, 이라크 북부, 이란 북서부, 아르메니아 남서부 지역이다.
오늘날 쿠르드족은 비록 표준어는 없지만 인종, 문화, 언어를 통해 독특한 공동체를 형성한다. 그들은 다수가 수니파 무슬림이지만 수많은 다른 종교와 신념을 신봉한다.
2013년 중반 IS는 시리아 북부에 있는 쿠르드 지역 3곳에 눈독을 들이고 이들 지역을 빼앗으려 공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IS는 2014년 중반 YPG에 의해 격퇴됐다. 전환점은 IS에 의한 2014년 6월의 대공세였다. 이때 IS는 이라크 북부도시 모술을 공격해 그곳의 이라크군을 쫓아낸 다음 무기를 대거 노획했다.
IS의 이라크 진격은 이라크 내 쿠르드족의 참전으로 이어졌다. 이라크 정부로부터 반(半)자치를 보장받는 소수민족 지역인 쿠르디스탄은 이라크 정규군이 포기하고 달아난 지역들에 자체 민병대인 페시메르가를 투입했다. 한동안 IS와 페시메르가 사이에는 별다른 전투가 없었지만 2014년 8월 IS가 대규모 기습을 했다. 페시메르가는 패퇴했으며 이 과정에서 종교적 소수파들이 사는 여러 마을이 IS에 의해 무참히 유린됐다.
시리아 내 쿠르드족의 사실상 연방지역 선포와 관련해 워싱턴의 쿠르드족 문제 분석가인 무틀루 시비로글구는 “저마다 말로는 쿠르드족을 칭찬하며, 모든 사람이 쿠르드족이 IS와 싸우며 그들이 위대한 전사(戰士)임을 인정하지만, 이것이 외교적 스펙트럼에는 반영되고 있지 않다”고 AP통신에 말했다.
17일에 나온 쿠르드족의 발표는 쿠르드족이 주장하는 연방 단위가 시리아의 분할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시리아 내전의 여러 당사자들 사이에서 촉발했다.
수십 년에 걸친 아사드 가문의 통치 아래서 오래 핍박 받아온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은 이번에 사실상 연방제를 일방 선포함으로써 내전의 혼란을 틈타 그들의 숙원인 자치라는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선 셈이다. 시리아 전역에 널리 퍼져있던 정부군이 다른 지역의 반란군 격퇴에 집중하기 위해 쿠르드족 지역들에서 철수하자 쿠르드족은 2013년 북부의 자지라, 코바니, 아프린 세 지역에서 그들 자신의 정부를 선포했다.
쿠르드족의 17일자 발표에 대해 시리아 외무부는 “위헌이자 무가치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시리아 주요 반정부 집단인 시리아민족연합도 쿠르드족의 움직임을 일방적인 선언이라고 거부했다.
시리아를 연방으로 재구성하는 방안이 제네바 평화회담에서 정식으로 다뤄질지는 더 지켜보아야 한다. 하지만 오랜 내전을 거치면서 시리아는 지리적으로도 혼란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아사드가 속한 시아파 이슬람의 알라위파(派)에 의해 지배되는 정부는 지중해 연안을 낀 알라위파 본거지인 수도 다마스쿠스, 그리고 다마스쿠스와 여타 도시들을 연결하는 회랑(回廊)들을 통제한다.
쿠르드족은 북동부에서 그들 나름의 자치를 하고 있다.
IS는 수니파 본거지인 동부의 많은 부분을 통제한다.
이슬람 소수세력으로서 전전(戰前) 시리아 인구 2300만 명 가운데 약 5%를 차지했던 드루즈파(派) 또한 그들이 거주하는 남부 지역들에서 자치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리아를 스테이크처럼 썰어 나누는 어떤 움직임도 추가적인 폭력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시리아 쿠르드족의 ‘치고 나가기 식’ 사실상 연방제 선언에 강대국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시리아 국민들이 대형 시리아 국기를 흔들고 있다.(Photo by Ghaith Abdul-Ahad/Getty Images)2016.03.18 ⓒ게티이미지/멀티비츠 쿠르드 인민수비대 여전사들.(Photo by Ahmet Sik/Getty Images)2016.03.18 ⓒ게티이미지/멀티비츠 (서울-포커스뉴스) 17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이 연방제 자치정부 설립을 선포했다. 쿠르드족은 중동에서 4번째로 큰 민족이지만 지금까지 한 차례도 영구적인 국민국가를 형성한 적이 없었다. 2016.03.18 조숙빈 기자 페시메르가 병사.(Photo by Timm Schamberger/Getty Images)2016.03.18 ⓒ게티이미지/멀티비츠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