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트럼프 놓고 공화당 적전분열(敵前分裂)
(서울=포커스뉴스) 2012년 미국 공화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3일(현지시간) 같은 당의 대선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사기꾼”이라고 부르며 그를 저지하기 위해 경선에서 유권자들이 전술적 투표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로써 공화당은 트럼프의 백악관을 향한 행보를 둘러싸고 내전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공화당 원로 롬니는 이날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공화당원들을 상대로 행한 매우 격한 연설에서 트럼프가 공화당 지명자가 된다면 그는 11월 8일 본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경선 질주로 인해 공화당은 롬니 같은 주류와 트럼프 같은 비주류로 분단된 상황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공화당이 불법 입국자, 완만한 경제회복, 미국의 세계 지도력 쇠퇴에 대한 그들의 우려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여기에 롬니가 나서서 공화당 예비선거 유권자들을 향해 트럼프의 지명을 봉쇄하기 위해 다른 주(州)들에서 트럼프 경쟁자들을 미는 전술적 투표를 하라고 선동함으로써 공화당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롬니는 “내가 아는 것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엉터리다, 사기꾼이다”라며 “나라면 플로리다에서 마르코 루비오에게, 오하이오에서 존 케이식에게, 그리고 테드 크루즈에게, 아니면 어떤 주에서건 트럼프를 물리칠 확률이 가장 큰 다른 두 경쟁자들 중 한 사람을 찍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간 공화당 주류의 신경을 건드리는 언행을 해 왔다.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고, 불법 이민자 1100만 명을 추방하며,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일시 금지하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를 흠집내는 연설을 한 롬니는 슈퍼화요일 경선을 휩쓸면서 입지가 더 단단해진 트럼프를 견제하려는 공화당 주류의 선봉장을 자임한 셈이다.
이에 대해 보수적인 정치평론가 미셸 말킨은 롬니의 발언에 감명 받지 않았다면서 “롬니가 4년 전 오바마에 대해 이렇게 말했더라면···그런데 트럼프라. 젠장, 너무 늦었고 너무 어설프다”고 트위트에 썼다.
당사자인 트럼프는 “미트는 실패한 후보다. 그는 실패했다. 그는 끔찍하게 실패했다. 그는 엄청나게 실패했다”고 메인주의 한 유세장에서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오랜 정치 고문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롬니의 연설을, 공화당이 자당(自黨) 후보 배리 골드워터를 포기한 1964년 이래 그가 본 적이 없는 “유리 깨기” 순간이라고 불렀다.미트 롬니 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3일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유타대학에서 공화당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Photo by George Frey/Getty Images) 2016.03.04 송철복 국제전문위원 도널드 트럼프(오른쪽)가 1일 슈퍼화요일 투표가 끝난 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를 대동한 채 프롤리다주 팜비치의 자기 소유 클럽에서 연설하고 있다.(Photo by John Moore/Getty Images)2016.03.04 ⓒ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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